카카오톡 무료통화에 통신업계 발칵

조선비즈
  • 이종현 기자
    입력 2012.06.04 13:53 | 수정 2012.06.04 15:12

    국내에서만 3500만명이 이용하는 카카오톡의 무료 무선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 ‘보이스톡’ 국내 출시를 앞두고 통신업계가 긴장감에 휩싸였다. 가뜩이나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료통화가 보급되면 수익성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조사에서 카카오톡 무료통화가 되면 이동통신 요금제를 저렴한 요금제로 바꾸겠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기기도 했다.

    ◆ 전세계 200개국에서 쓰는 카카오톡 무료통화

    카카오톡의 무료통화 서비스인 보이스톡은 올해 2월 일본에서 처음 출시됐다.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모바일메신저들이 무료통화 기능을 담고 있다.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NHN(035420)의 모바일메신저 ‘라인’도 마찬가지다.

    4일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톡은 지난달 25일 카카오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전세계 200개국가로 보이스톡 서비스를 확대한 데 이어 조만간 국내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할 전망이다. 국내 서비스를 위한 카카오톡 무료통화 테스터 모집도 시작했다.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는 “서비스 자체는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 통화의 품질이나 통신사와의 의견 조율 등에서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미 이동통신 이용자들이 네트워크 이용료를 내고 있는데 우리가 또 비용을 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 무료통화 움직임에 통신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통신사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무료통화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통신사의 음성통화 서비스 매출은 줄고, 동시에 데이터 이용량은 폭주하면서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이스톡 같은 m-VoIP는 데이터를 이용해서 음성을 전달하는 서비스다. 통신사 관계자는 “네트워크 투자 비용은 통신사가 전부 내고 있는데, 거기서 나오는 수익은 카카오톡이 가져가는 것은 무임승차”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한 조사에서는 카카오톡 무료통화가 통신사들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온라인 리서치회사 두잇서베이가 카카오톡 이용자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카카오톡 무료통화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 응답자는 87%였다. 특히 ‘카카오톡 무료통화를 이용하면 통신 요금제를 더 저렴한 요금제로 바꾸겠다’는 응답자도 56%나 됐다.

    ◆ 보이스톡이 통신요금 인하 해법될수도

    통신업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보이스톡 같은 m-VoIP가 통신요금 인하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m-VoIP를 이용하면 음성 통화료를 절약하게 돼 통신요금도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데이터 1MB로 이용할 수 있는 무료통화는 2.28분 정도다. 이를 월 5000원에 100MB를 제공하는 데이터 옵션 요금제에 대입하면 월 228분의 무료통화가 가능해진다. 초당 1.8원인 음성 통화료로 환산하면 약 2만4576원을 내야하는 셈. m-VoIP로 기존 음성 통화료의 20% 수준에 음성통화 이용이 가능한 셈이다.

    통신업계가 주장하는 데이터 폭증도 실제와 다르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의 네트워크 통신회사인 시스코(Cisco)는 m-VoIP가 전체 모바일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에도 0.4%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m-VoIP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는 어디에도 없다. 통신업계에서도 단순히 우려만 할뿐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m-VoIP가 실질적인 통신요금 인하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m-VoIP와 관련해 방통위에 제출한 질의서에서 “통신사가 자사의 음성전화서비스와 경쟁하는 m-VoIP 서비스를 차단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들이 지불한 요금에 따라 데이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와 선택권을 침해하는 위법행위”라고 말했다.

    ◆ 해외에서는 정부가 해결사 자처, 방통위는 미적

    업계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정부 차원의 대응도 제자리 걸음이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사와 포털업체, 전자업체 등이 참여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망 중립성 문제를 논의 중이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는 m-VoIP뿐 아니라 스마트TV 등 통신사의 망을 빌려쓰는 모든 서비스에 대해 논의 중이기 때문에 결과는 더욱 늦어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이미 국내에서도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마이피플이나 NHN의 라인이 무료통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이용자가 많지 않아 아직까지 큰 문제는 되지 않고 있다.

    방통위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문제를 들여다보겠다고 나섰다. 공정위는 통신사들이 5만4000원 이상 요금제에서만 m-VoIP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공정거래법 위반인지 검토 중이다. 방통위에서 논의 중인 망 중립성 문제와는 별개의 성격이지만, 시민단체와 카카오톡 등 m-VoIP 서비스 업체들은 내심 공정위의 조사가 통신사들에게 부담이 되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통신사들은 카카오톡의 보이스톡 서비스를 반대하면서 유럽의 사례를 꼽고 있다. 유럽에서도 m-VoIP는 대부분의 통신사들이 서비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오렌지와 T모바일은 약관을 통해 m-VoIP 서비스를 금지하고 있고, 보다폰은 우리나라처럼 월정액 40파운드 이상의 이용자에게만 허용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하지만 유럽에서도 정부나 국회가 나서서 m-VoIP를 도입한 사례가 있다. 네덜란드는 지난해 의회에서 망 중립성을 포함한 통신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통신사들이 m-VoIP 서비스에 문호를 열게 했다. 미국은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 중립성을 결정한 이후 버라이즌와이어리스와 AT&T가 3세대(G) 가입자에게 m-VoIP를 허용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관계자는 “통신사들은 지금처럼 음성통화료가 주된 수익원인 상황에서 m-VoIP의 확산이 최소화되기를 바랄 것”이라며 “이런 차원에서 통신사들이 경쟁서비스 확대를 막기 위해 망 중립성 등 진입 규제를 위한 이슈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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