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메이저리거 된 한국경제… 이젠 바람 앞의 촛불 아니다

조선일보
  • 김태근 기자
    입력 2012.05.29 03:00

    한국 '20-50 클럽' 진입 <2> 체급 달라진 대한민국

    IT·자동차·철강·조선·건설… 10여개 달하는 주력산업 1~2개 부진해도 충격 흡수
    외국인 주식 투자비중 40% 직접 투자도 15조원 넘어서…세계가 '버리기 힘든 카드'로

    "작은 조각배였던 한국이 이제 어엿한 대형 군함으로 성장한 셈이다. 우리 경제는 수출입 의존도가 높아 여전히 외풍에 영향은 많이 받겠지만, 한국이라는 배가 흔들리거나, 뒤집힐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고 봐야 한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7번째로 '20-50 클럽'에 진입한 의미를 이렇게 평가했다. 소득과 인구면에서 모두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온 한국 경제가 안팎의 충격을 덜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얘기다. 김 위원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와 지금 한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차이가 크다. 당시 한국은 '버릴 수도 있는 카드'였지만, 이제는 '버리기 어려운 카드'에 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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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소득 2만달러·인구 5000만명이 가져다줄 '무게감'

    우리 경제의 '20-50 클럽' 가입 과정은 이미 갖춰진 내수시장이나 특정 산업에만 기대 성장했던 다른 나라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적고, 산업 기반도 전무한 상황에서 경제개발을 시작했다. 제한된 자원을 전략산업에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을 하나씩 키웠고, 그 과정에서 인구도 함께 늘어났다.

    그 결과 핀란드홍콩처럼 IT나 금융 같은 특정산업에만 기대지 않고, IT·자동차·철강·조선·해운·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산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인구도 중간규모 이상인 경제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일군 우리나라의 소득 2만달러와 인구 5000만명은 외부 충격에 그만큼 강하다. 강호인 조달청장은 "핀란드 경제는 노키아가 무너져 존망의 위기에 몰렸지만, 한국은 주력산업이 10여개에 달해 1~2개 업종이 극심한 부진에 빠져도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고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우리 경제가 건설·조선업종에 큰 타격을 입고도 반도체·자동차 등 타 업종의 선전에 힘입어 성장률을 회복한 것은 좋은 예다.

    20-50 클럽 가입 결과, 상당한 소득을 가진 5000만명의 내수 시장이 생긴 것도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윤순봉 삼성서울병원 총괄 사장은 "5000만명이라는 내수시장의 존재는 한국기업들이 한편으로는 외풍에 견디고, 다른 한편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토양이 된다"고 했다. 내수시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는 일본이다. 일본 경제는 최근 20년간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1억2000만명이 넘는 인구가 받치는 내수시장에 기대 버티고 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200%를 넘겨도, 시장이 동요하지 않는 것은 국채의 90% 이상을 일본 기업과 가계가 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글로벌 시장의 '대마'로

    국제 정치경제학적으로 따져봐도 한국의 20-50 클럽 진입은 우리나라 자체가 아시아권과 글로벌 경제에서 '대마(大馬)'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우리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갓 넘겼던 1990년대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 한국이 무너질 경우 국제경제에 몰아칠 충격파의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다. 한국은 이미 무역규모 1조달러를 넘긴 세계 8대 무역대국이고, 2011년 국내총생산은 1200조원에 육박하는 거대 경제권이다. 금융시장 개방도가 높아 주식시장의 외국인 투자비중이 35~40%에 달하고, 한국 국채에 대한 외국인 투자비중도 높아졌다. 김태준 전 금융연구원장은 "과거 한국시장은 외국인들이 부담없이 '먹튀'를 할 수 있는 곳이었지만, 시장이 커지고 외국인 투자규모가 불어나면서 한국이 망가지면, 외국인들도 일정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를 신뢰하고 들어오는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작년 130억달러, 한화 15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유로존 경제위기와 관련해 그리스와 스페인을 보는 시각이 다른 것에 비견할 수 있다. 별다른 산업기반이 없고, 유로존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한 그리스에 대해선 시장에서 '조건부 탈퇴'를 점치는 시각도 나오지만, 유로존 내 경제위상이 높은 스페인에 대해선 "스페인의 유로존 이탈은 곧 유럽경제의 붕괴를 의미한다"며 선택할 수 없는 옵션으로 간주한다.

    글로벌 경제에서 한국의 존재가치를 더욱 높이려면, 기존의 자유무역협정과 국가 간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20-50 클럽

    1인당 소득 2만달러(20K, K는 1000을 나타냄), 인구 5000만명(50M, M은 100만을 의미)을 동시에 충족하는 나라들을 뜻한다. 국제사회에서 1인당 소득 2만달러는 선진국 문턱으로 진입하는 소득 기준, 인구 5000만명은 인구 강국과 소국을 나누는 기준으로 통용된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7곳밖에 없다.

    공동기획: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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