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찾아 먹어치우는 네이버

입력 2012.03.26 03:20

[오픈마켓까지 덥석… IT 생태계의 비정한 포식자]
중소 IT 업체가 주로 하는 가격 비교·부동산 정보 이어 전자상거래까지 뛰어들어
"상품 거래 수수료에 광고비까지 챙기겠단 속셈" 업계 관계자들 반발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오픈마켓 사업을 결국 시작했다. 지난해 사업 진출을 선언한 후 차일피일하다 지난 23일 '오픈마켓형' 사이트 '샵N'의 서비스를 개시한 것이다. 상품 가격 비교 정보 제공업, 부동산 매물 정보업, 검색 광고 대행업 등 중소 IT 업체의 사업 영역을 무차별하게 싹쓸이한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각종 사업을 먹어 치워 온 네이버가 이제는 가장 큰 온라인 사업 영역인 전자상거래업에까지 뛰어든 것이다.

온라인 유통업계는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한 오픈마켓 업체 임원은 "지금까지도 '지식쇼핑' 등을 통해 온라인 상거래 시장에서 영향력과 광고 수익을 다 챙겨온 네이버가 '문'(포털) 역할을 넘어 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 다 먹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네이버가 사업 진출을 선언하자 옥션·G마켓 등은 네이버에 상품 DB 정보 제공을 중단, 검색 광고를 하지 않으며 '실력 행사'에 나서는 등 반발했다. 네이버의 가장 큰 수익원인 검색 광고가 타격받는 싸움이어서 귀추가 주목됐지만, 석 달 만에 옥션 쪽이 항복하고 말았다. 네이버를 통해 유입되는 고객이 30%가 넘는 상황에서 방문 고객 감소를 견디지 못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힘의 균형이 더 심하게 깨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정인성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네이버의 사업 모델은 기존의 오픈마켓과 달리 철저히 '닫혀'있다. 네이버의 샵N에 입점하는 것은 마치 블로그를 만드는 것처럼 쉽다. 네이버 측은 "8번만 클릭하면 샵N 내 상점을 만들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샵N은 외부 링크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판매자들이 자기 상점 브랜드를 키워나가기도 어렵고 '단골'을 만들기도 어렵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샵N'은 상품을 모아서 소개하는 별도 사이트를 가지고 있는 기존 오픈마켓과 달리 샵N에 입점한 매장의 상품을 소개하는 별도 사이트가 없다. 많이 팔리는 상품을 정리해주는 기능도 없다. 이 때문에 기존의 네이버 '지식쇼핑'에 광고를 하지 않으면 샵N에 상점만 가지고 있을 뿐 상품을 알릴 별다른 방법이 없게 된다. 게다가 샵N에 등록하는 업체가 늘어날수록 광고하지 않는 상점은 리스트의 맨 밑으로 내려가게 돼 네이버 지식쇼핑에 광고하지 않고는 상점을 눈에 띄게 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네이버가 가만히 앉아서 상품 거래 수수료와 광고비를 이중으로 챙기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너무 쉽게 쇼핑몰을 만들 수 있게 함으로써 카페24·메이크숍·고도몰처럼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무료로 쇼핑몰을 제공해 주는 업체들의 고객을 다 빼앗고, 쇼핑몰 디자이너들의 일거리도 없애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쇼핑몰 제공 업체들과 디자이너들이 이루던 '실핏줄' 같은 산업 생태계가 황폐해지는 것이다.

네이버가 이런 비난을 무릅쓰고 오픈마켓에 진출하며 내세우는 방어 논리는 '지식쇼핑을 통해 상품·가격 정보만 제공했더니 고객들이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하게 되고, 네이버 검색을 통해 연결해 주는 온라인 쇼핑몰의 신뢰성이 떨어져 네이버가 직접 나선다'는 식이다.

이에 대해 한 유통업체 간부는 “뉴스 캐스트를 통해 확인되지도 않은 뉴스를 마구잡이로 올리며 명예훼손, 저질 허위 정보 유포 등 온갖 폐해를 야기하면서도 책임지지 않는 네이버가 오픈마켓 분야에서만 직접 나서서 책임을 지겠다는 얘기냐”며 “그런 식이라면 네이버는 모든 사업을 다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샵N이 고객 불만 등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오픈마켓 임원은 “샵N은 상품 등록·판매·배송·결제에 대한 설명만 하면서 기존의 온라인 쇼핑몰이 많은 비용을 투자해 구축한 ‘판매 후 서비스’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책임이 모두 판매자에게 넘겨진다면 영세 판매자나 소비자 모두가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 원윤식 홍보팀장은 “샵N은 중소기업이 아닌 글로벌 및 대기업과 경쟁하는 것이고, 이용자·판매자에게도 상품 선택 및 판매채널이 하나 늘어나게 되는 장점이 있다”면서 “수수료나 광고료 방식이나 금액도 다른 업체들과 다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마켓

유통업체의 인터넷 판매 사이트처럼 입점한 물건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개인과 소규모 판매업체들이 온라인상에서 자유롭게 상품을 사고팔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개형 인터넷 쇼핑몰. 미국의 이베이나 국내의 옥션·G마켓·11번가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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