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가 중소 전자업체의 '슈퍼甲'으로 불린 이유는

입력 2012.03.06 16:10 | 수정 2012.03.07 10:16

중견 이어폰·헤드폰 전문업체 A사 사장은 지난해 하이마트(071840)와 거래선을 트려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하이마트는 제조사에서 물건을 직접 구매해서 파는 곳으로 알았는데 각 매장 판매대에 물량을 우선 공급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물건 팔리면 값을 치르겠다는 것이다. 하이마트의 전국 매장은 300여개. 1개 매장 당 100만원치 물건만 갖다 놔도 총 3억원에 이르는 돈이다. 1년 매출이 200억~300억원 정도인 A사는 이 조건 때문에 하이마트와의 거래를 포기했다.

국내 가전유통 점유율 1위인 하이마트가 중소기업일수록 더 까다로운 거래조건을 제시해 숨통을 틀어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보다 거래물량이 적다는 이유로, 대기업에는 적용하지 않는 가혹한 거래조건을 추가로 적용하는 것. 하이마트가 국내 가전 유통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소기업들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까다로운 조건을 수용하거나 하이마트와 거래를 끊는 수 밖에 없다.

중소기업들이 하이마트와 거래하면서 가지는 가장 큰 불만은 A사의 경우처럼 초기 물량 무상 제공과 함께 중개거래 방식 적용 등이 꼽힌다. 하이마트는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대우일렉·만도 등 대기업 제조사를 제외한 나머지 상당수 중소기업들과는 대부분 중개거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중개거래는 하이마트가 제조사와 직접 거래하지 않고, 둘을 매개하는 유통 전문업체 하나를 중간에 더 끼는 것이다. 이 유통 전문업체는 A 같은 중소기업 여러 곳으로부터 물건을 받아 하이마트에 공급한다. 중소기업은 이 유통 전문업체에도 적게는 3%, 많게는 8~10% 정도의 마진을 떼 줘야 한다. 중소기업들로서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특히 지난주 검찰이 하이마트와 거래하던 7개 중간 유통 전문업체들을 압수수색 하면서 하이마트와 이들 업체간 유착관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하이마트 관계자는 “중소 제조사 개수가 수백개에 이르기 때문에 이들을 하이마트가 직접 관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중소기업들 제품을 매장에서 판매하기 위해서는 중개거래 방식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물량 무상 제공 역시 중소기업일수록 불리한 거래 조건이다. 하이마트와 같은 가전 유통업체는 원래 제조사로부터 물건을 100% 매입한 다음 매장에 전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금결제 시점이 물건이 소비자에게 팔렸을 때가 아니라, 제조사에서 하이마트에 건네지는 순간인 것이다.

그러나 하이마트는 일부 중소기업들에게는 우선 제품을 매장에 비치한 뒤, 팔리는 만큼만 물건값을 지불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하이마트로서는 재고 부담을 지지 않아 좋겠지만, 자본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물건값을 바로 받지 못해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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