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중형 선고에 한화·SK 긴장

입력 2012.02.21 18:12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과 그의 모친 이선애 전 상무가 예상을 뛰어넘는 실형을 선고받자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검찰 구형량이 높아도 재판부가 재벌 총수들에 대해서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던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이다. 또 이선애·이호진 모자(母子) 모두 실형이 선고되면서 부자·모자·형제 등 ‘가족을 동시에 처벌하지 않는다’는 관행도 깨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이호진 전 회장이 암수술과 회장직 사퇴 등으로 재판부의 선처를 구했고 선고 당일에는 휠체어에 의지해 출두했지만 재판부가 봐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재벌 범죄에 대한 중형(重刑)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1일 서울 서부지방법원 형사11부는 회사 자산을 빼돌린 혐의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4년 6개월과 벌금 20억원을 선고했다. 또 모친 이선애 전 상무에게는 징역 4년과 20억원의 벌금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을 선고했다.

태광그룹 안팎에선 당초 이날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한 선고형량이 과거 다른 재벌 총수의 판례와 비슷하게 '징역 2~3년에 집행유예' 정도로 예상했다. 그러나 구형량(징역 7년)의 절반 이상인 징역 4년이 선고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재판부가 가족을 동시에 처벌하지 않았던 관행을 깨고 모두 실형을 구형한 것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다.
재판부는 “피고인 이호진과 이선애가 모자관계라는 이유로 형을 쪼갤 수 없고 양형기준에 따라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당장 한화그룹에 비상이 걸렸다. 앞서 검찰은 김승연 한화 회장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한 법무법인의 관계자는 “태광의 이호진 회장이 구형량(징역 7년) 대비 선고형량(징역 4년)이 한화 김승연 회장에게도 적용된다면 예상 밖의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23일로 예정됐던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에 대한 선고는 3월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SK그룹도 초긴장 상태다. 검찰은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의 그룹 계열자금 유용의혹 건 수사를 마무리 지으면서 형제가 같은 일에 연루된 만큼 그동안의 관행에 따라 동생인 최재원 회장은 구속, 최태원 회장은 불구속기소됐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가 “모자관계라고 형을 쪼갤 수가 없다”고 밝힘에 따라 향후 재판 과정에서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형제 모두 중형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종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사법부가 최근 사회 일각의 ‘재벌 때리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과거의 판례에 준거해서 판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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