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빅뱅 시대… 한국, 亞 최대 '데이터 허브' 꿈꾼다

입력 2012.02.10 03:13

데이터 허브란 - 방대한 양의 데이터 관리 위해 세계 곳곳에 만든 데이터 저장소
후발국 한국의 강점 - 땅 비싼 홍콩, 대규모 센터 짓기 어렵고
전기료, 日·中의 절반 수준으로 저렴
현재 사업 현황 - 해저 광케이블 지나는 부산·경남 주목
KT 김해 센터, 첫 해외 기업 유치… LG CNS, 부산에 4만평 규모 센터 착공

데이터 빅뱅 시대에 우리나라가 아시아 지역의 데이터 허브 자리를 놓고 일본·중국·싱가포르 등과 본격적인 경쟁 레이스에 나섰다. 데이터 허브(Data Hub)는 새롭게 주목받는 산업 집적 단지다. 페이스북·유튜브·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하루에도 네티즌들이 올리는 수십억 건의 사진과 글, 동영상 등을 대형 컴퓨터(서버)에 저장해야 한다. 데이터 허브는 이런 서버를 한곳에 모아놓은 시설이다.

경남 김해에 있는 글로벌 데이터센터에서 KT 직원이 데이터 운영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김해 글로벌 데이터센터는 일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KT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합작해 만든 곳이다. 데이터센터는 우리나라에 설립됐지만, 건물의 구조나 운영 방식은 철저하게 일본의 데이터센터에 맞춰 설계해 일본 기업 고객의 입맛에 맞췄다. / KT 제공
◇아시아 데이터허브를 잡아라

KT는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고 경상남도 김해에 글로벌 데이터센터를 만들었다. 이달 말 일본 기업이 처음 입주해 이곳에 기업용 데이터를 저장하고 서비스를 활용할 계획이다. 해외 기업이 한국을 데이터 허브로 삼은 첫 사례다. LG CNS도 작년 부산에 13만3000㎡(4만평) 규모의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착공했다. 1단계로 연말까지 2만3000㎡(7000평) 규모의 센터를 완공해 해외 기업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전 세계의 데이터양은 2년마다 2배씩 늘고 있다. 작년에는 고화질(HD) 영화 2000억편 분량의 데이터가 쌓였다. 업체들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저장·관리하기 위해 전 세계 3~5곳에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는데 이곳이 데이터 허브다. 예컨대 구글의 경우 모든 이용자가 미국 데이터센터에 접속해 서비스를 이용하면, 과부하가 걸려 접속 속도가 느려진다. 이를 분산처리하기 위해 각국에 데이터센터를 신설하는 중이다. 일반 기업들도 점차 많아지는 고객 정보를 기업 내부의 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전문적인 데이터 센터에 맡기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김해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30분쯤 달려 도착한 KT의 김해 글로벌데이터센터. KT 연수원으로 쓰던 이 건물 곳곳에선 일본인들이 바쁘게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소프트뱅크에서 파견된 직원이다.

KT와 소프트뱅크가 합작 설립한 'KT-SB 데이터서비스(KSDS)'는 이곳에 일본 기업을 위한 데이터 센터를 건설했다. 장혁균 KSDS 대표는 "한국은 일본과 가까울 뿐만 아니라, 전력 요금이 저렴해 데이터 허브로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의 이용료는 일본 내 데이터 센터의 절반 수준이다. 현재 일본 기업 200여곳과 입주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KT는 김해 글로벌데이터센터의 건설기술 자문위원회에 일본인을 대거 참여시켰다. 일본 기업의 입장에서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정전기 방지 슬리퍼가 그렇다. 데이터센터로 들어갈 때 신는 슬리퍼는 모두 정전기 방지용으로 비치했다. 전기 제품을 만지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정전기 방지용 슬리퍼가 더욱 안전하다는 게 일본 기업의 정서다. 국내 데이터센터는 대부분 일반 슬리퍼를 쓴다. KT 직원은 "일본 측에서 정전기 방지 슬리퍼를 요구해 이를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시오카 유키노리 KSDS 공동대표는 "데이터센터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 외부와 열리는 창문이 있어서 이것을 없애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내부의 직원이 창문을 열어줄 경우 인가받지 않은 외부인이 들어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싱가포르·일본과 치열한 경쟁

지금까지 아시아 지역의 데이터 허브는 일본·싱가포르·대만·홍콩 등이 주도했다. 우리나라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작년 3월 일본 대지진 이후부터다. 현지의 전력 공급이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유지 비용이 비싼 일본 데이터센터의 취약점이 드러난 것. 자칫 지진으로 귀중한 기업 데이터가 소실될 우려도 컸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의 일본 기피 현상이 커지며 대안으로 우리나라가 부상한 것이다.

KT와 LG CNS가 부산·경남 지역을 주목하는 이유는 이곳이 육양국(해저 광케이블이 육지로 올라오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부산 지역은 아시아를 연결하는 해저 광케이블 상당수가 지나가는 곳이다. 이곳에 데이터를 저장해 놓으면 아시아 각국에서 접근이 편리하다.

우리나라 전력 요금이 낮은 것도 강점이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컴퓨터를 운영해 전력 사용량이 많다. 우리나라의 전력 가격은 일본의 40%, 중국의 절반 수준이다. 부산발전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가 자리 잡을 경우 연간 2만2000명의 일자리가 생긴다.

현재 강력한 경쟁상대는 아시아태평양 총괄사무소가 대거 몰려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이다. 이곳은 땅값이 비싸 신규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보다 상하이 등 중국 도시들이 복병이 될 것으로 꼽는다. 중국이 거대한 자국 시장을 내세워 해외 기업 유치에 나서면 쉬지 않은 상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데이터 검열을 우려해 기업이나 고객 정보를 중국 내에 두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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