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 대학생 3만여명… 연체금 갚아도 '꼬리표'

조선일보
  • 손진석 기자
    입력 2011.12.20 03:05

    금융위, 구직자 신용정보 조회하는 기업 형사처벌하기로
    대학생 신불자 급증 - "스펙 갖춰도 취업 힘든데…" 취업 성공은 10%도 안돼
    미래까지 박탈해서는 안돼 - 고리대출→연체→신용불량, 취업실패의 악순환 고리 끊어야

    서울 광진구에 사는 정모(32)씨는 대학원까지 졸업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직장이 없다. 학자금이 모자라 카드사 2곳에서 대출받은 1900만원을 제때 갚지 못한 신용불량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력은 기업들이 정씨의 신용정보를 열람만 하면 금세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씨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공채에도 응시할 엄두를 못 내고있다. 그는 일용직이나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신용불량=취업포기' 악순환 끊어야

    앞으로는 정씨 같은 신용불량자도 취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내년에 '신용정보의 이용과 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구직자의 신용정보를 열람하는 기업을 형사처벌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기업이 지원자의 신용정보를 미리 알 수 없게 차단해 신용등급이 낮거나 연체금이 있는 사람도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기업들이 구직자의 동의를 받아 신용등급은 물론 어디서 얼마를 빌렸는지까지 쉽게 알아내고 있다. 이 때문에 저(低)신용자들이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내 사립대 출신인 송모(34)씨는 2004년 신용불량자로 등재된 이후 7년째 단순 노무직과 시간제 근로직만 옮겨 다니며 간신히 생활비를 벌고 있다. 송씨는 "2600만원에 달하던 연체금을 모두 갚았지만 한 번 신용불량자 '딱지'가 붙었더니 더이상 취업이 안 된다"며 말끝을 흐렸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신용불량자란 딱지는 결정적인 흠결이 될 수밖에 없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25)씨는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3년 전 800만원을 빌렸다가 신용불량자가 됐다. 김씨는 "화려한 스펙을 갖춰도 취업이 될까 말까인데 나 같은 사람을 데려다 쓸 회사가 있겠느냐"며 "연애·결혼까지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고리(高利)대출→연체→신용불량→취업실패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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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불량 대학생 10% 미만만 취업"

    금융회사 대출을 받은 사람은 원리금을 3개월만 연체해도 곧바로 신용평가사(CB)에 신용불량자로 등재된다. 정부는 대학생 신용불량자가 급증하는 추세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가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대학생들은 2007년만 하더라도 3785명에 불과했지만 이후 급증해 지난 9월에는 2만9896명에 달했다. 현재는 3만명을 넘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빚을 못 갚는 대학생이 폭증한 것이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신용불량인 대학생 중 10% 미만만 취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체율이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어 신용불량자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대학생은 지난 6월 기준으로 4만7945명에 달하는데, 이자가 연 30%대에 달하다 보니 연체가 속출하고 있다. 대학생의 대부업체 연체율(6월 기준)은 14.9%로 지난해 6월(11.8%)보다 3.1%포인트 높아졌다.

    이처럼 대학생 저(低)신용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의 취업 문턱을 낮춰줘야 한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그래서 신용정보 열람 금지라는 처방을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서태종 금융위 서민금융 담당 국장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이 '과거'에 발목 잡혀 미래를 꿈꾸지 못하게 방치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다만 신용정보 열람 금지는 빨라야 2013년에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법을 개정하고 공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체금을 안고 있는 직원을 채용하면 금전사고를 저지를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유로 기업들이 반발할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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