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지음|294면|1만4000원|비즈니스북스
K 기업의 과장 4년차인 홍길동씨는 올해 내내 실적 1위를 차지했다. 동료는 내년 차장 진급은 문제없겠다며 부러워했다. 진급 요건인 토익 점수와 자격증도 이미 갖춰놨다. 그런데 홍 과장은 진급이 누락됐다. 입사 동기인 김 과장이 차장으로 진급했다. 김 과장은 영업실적이나 토익 점수가 홍 과장보다 낮았다. 홍 과장은 얼굴이 빨개져 인사팀장을 찾았다. 그는 말했다.
"홍 과장, 자네는 말을 좀 더 배울 필요가 있네"
이 책은 저자 김범준씨의 '반성문'이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SK와 삼성, LG 등 대기업만 골라 다닌 엘리트 김씨지만, 번번이 승진에 실패했다. 진급 누락의 원인을 물은 김씨에게 돌아온 대답은 '말'에 대한 것이었다.
이때부터 저자는 2년간 100명이 넘는 기업 임원진과 사원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 같은 의미를 전달하더라도, 회사 내에서 써야 하는 단어와 표현방식은 따로 있다는 결론을 냈다. '회사어로 말하라'에는 저자가 스스로 만든 10가지 유형의 '회사어'를 다양한 상황을 통해 제시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표현을 읽기 전에 생각해보자. 중요 프로젝트 때문에 자신의 팀 전체가 일주일 내내 야근을 했다고 치자. 그런데 팀장이 금요일 저녁, 당신에게만 주말 특근을 요구했다. 당신은 뭐라고 답하겠는가?
A. 저보다는 다른 사람이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B. 죄송하지만, 한 달 전부터 그날은 약속이 잡혀 있었습니다.
C. 네 알았습니다.
D. 네, 그런데 끝나고 맛있는 저녁 사주실 거죠?
저자는 답이 D라고 주장한다. D는 상사의 명령에 대한 긍정과 더불어 상사가 스스로 가질 미안함까지 불식시키는 대답이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회사어를 10가지로 유형화했다. 긍정어·세심어·겸손어·음성어·조심어·순차어·정치어·유희어·공감어·비전어 등이다. 이 중 신입사원이라면 다소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을 살펴보자.
허 대리의 퇴근 시간은 7시다. 5시에 고객사 미팅이 있어 외근을 나갔고 미팅은 7시에 끝났다. 허 대리는 오늘 업무가 끝났으니 퇴근을 해도 되겠다고 판단한다. 팀장에게 문자 메세지를 보낸다. "팀장님, 외근이 끝나 바로 퇴근하겠습니다"
저자는 허 대리가 3가지 잘못을 했다고 말한다. 첫째는 문자 메세지다. 저자는 최근 문자 메세지나 카카오톡과 같은 스마트폰 메신저가 발달하면서 '음성보고'보다 '문자보고'가 많아졌지만, 이는 회사생활에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문자는 '보고'가 아니라 '통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팀장에게만 문자를 보냈다는 것이다. 퇴근에 대한 내용은 팀장만 알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 과장, 차장에게도 알려야 하는 상황이다. 저자는 이런 실수가 반복되면 허 대리의 경우 과장과 차장에게 미움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세 번째는 '퇴근하겠습니다'라는 표현이다. 이는 말의 표현상 이미 '통보'다.
책 '회사어로 말하라'는 대인관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말의 방식'을 '회사'라는 특수한 공간에 적용한 결과물이다. 저자가 회사생활을 16년간 하면서 느낀 점을 사례로 제시해 이해하기 편하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회사에 막 들어가는 신입사원이나, 번번이 승진에 실패 중인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다만 '말'은 의사소통의 수단이다. 의사소통의 방식은 발화자와 수신자의 관계나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천차만별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자의 주장이 형식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입력 2011.11.2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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