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국고채 발행 물건너가나‥통안채 단기지표 역할 커져

조선비즈
  • 양이랑 기자
    입력 2011.11.17 11:21 | 수정 2011.11.17 18:25

    만기가 짧은 국고채를 발행해 단기 지표 금리를 확립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예전만 못하다.

    전 세계적으로 국가부채가 문제시되는 분위기에서 단기 국고채를 발행해 나랏빚을 더 늘릴 수 없을뿐더러, 단기 국고채 발행이 채권 시장의 호응을 얻을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통화안정증권(통안채)이 단기 국고채 역할을 대신할 것이란 관측은 높아진다. 지난해부터 3, 6개월 만기의 통안채를 정례 발행하는 한은은 단기 지표 금리로서 통안채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래픽=조경표
    ◆ 단기 지표채권 발행 대신 통안채 활용이 우세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 한은, 금융위원회는 3, 6개월 만기의 단기 국고채 발행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었다.

    우리나라에선 만기 3년 이상의 장기 국고채만 발행되는데, 단기 국고채도 있어야 단기 지표 금리를 확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다만 단기 국고채 발행 결정에 앞서 3, 6개월 만기의 통안채를 정례 발행해 단기 지표 금리로서의 적합성을 검증하기로 했다.

    올 연말까지 논의 시한을 한 달여 남겨둔 지금, 당국의 분위기는 이전과는 다소 바뀌었다. 단기 국고채를 새로 발행하는 것보다, 3, 6개월 만기 통안채를 정례 발행해 단기 지표 금리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우세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국고채 발행 검토 과정에서 장단점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통안채 정례 발행이 채권 시장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단기 국고채 발행으로 정부 부채가 더 늘어난다는 점은 현 시점에서 상당한 부담이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로 정부 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부문 부채를 포함하면 정부 부채가 실상 훨씬 클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 국고채 발행에 따른 총 국고채 발행액 증가가 정부 부채 증가로 인식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현재 국회에서 승인하는 국고채 발행 총액이 발행 순액으로 바뀌면 된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매우 높아 승인 가능성은 낮다.

    ◆ 한은 "단기 국고채 나오면 통안채와 경합 우려"

    한은 역시 통안채 발행을 늘리면 덩달아 이자 비용도 증가한다. 하지만 시중 유동성을 조절하기 위해 어차피 통안채를 발행해야 하는 입장에선, 단기 국고채 발행과 겹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단기 국고채가 발행되면 통안채와 경합할 것"이라며 "단기채 수요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발행이 잘 안 될 수 있는데다, 금리가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만약 무위험 안전자산인 단기 국고채와 통안채가 경합하면 시장의 유동성이 분할돼 두 채권 모두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두 채권을 통합, 국고채의 종목별 발행액을 늘리고 유동성도 개선하자는 의견도 나왔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통안채를 국고채에 흡수 통합하면, 정부는 국고채 발행 물량을 확보해 지표 채권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채권의 발행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통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만약 유동성 조절용 국채 발행이 제 때 이뤄지지 않으면 유동성 관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아직 채권 시장이 선진국 만큼 발달하지 못한 상황에선 통화량 조절 목적의 중앙은행 채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통안채 정례발행…“단기지표 적합성은 좀더 지켜봐야”

    지난 30년 가까이 우리나라의 단기 지표 금리는 은행의 조달 금리인 만기 양도성 예금증서(CD)가 대신해왔다. 과거에 풍부한 발행량과 거래량을 바탕으로 3개월 만기 CD 금리(유통수익률)는 단기 지표 금리로서의 대표성을 띠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CD 발행잔액이 급감하고 거래량이 미미해지면서 금리가 고정돼 대표성을 잃어가는 것이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절반 가량이 CD 금리와 연동돼 있는데, 시중 금리와 달리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지 않아 대출자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CD 금리를 대체할 단기 지표 금리의 필요성이 커진 가운데, 3개월 만기 통안채는 지난해 중순부터 매주 정례발행을 통해 검증을 거치고 있다. 매주 1조~1조5000억원 규모로, 한 달에 약 5조원 가량 발행되고 있다.

    3개월 만기 통안채 금리는 경직된 CD 금리와 달리 시장 상황을 반영해 유연하게 움직이고 있다. 올 7월 3.47%까지 올랐던 3개월 만기 통안채 평균 발행금리는 차츰 낮아져 10월에 3.38%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CD 금리는 3.59%에서 3.57%로 0.02%P 움직이는 데 그쳤다.

    채권 시장에서 평가는 나쁘지 않다. 삼성증권 채권운용팀 관계자는 “통안채 발행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편이고, 금리 역시 시장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통안채가 단기 지표 금리로 자리 잡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형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단기 자금 시장 발전이 아직 미비한 상황이고, 은행의 조달 금리인 CD 금리와는 성격이 달라 기존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