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는 연봉 3500만원에도 정규직 못 구해 난리

조선일보
  • 신은진 기자
    입력 2011.11.04 03:00 | 수정 2011.11.04 16:59

    [주인 없는 일자리 11만개]
    지원자 없어 베트남 대졸 채용, 비수도권은 인력난 더 심각… 정년 늘리고 공장은 해외로

    지난 1일 오후 4시 '2011 인천 일자리 박람회'가 열린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 '태양프라스틱' 김기영 이사는 두 시간 꼬박 부스를 지키며 훌륭한 인재를 기다렸다. 그러나 오후 내내 맞았던 구직자는 단 5명뿐. 그나마 한 명만 24세 청년이었고, 나머지 4명은 49세와 53세(2명), 60세인 노장년층이었다. 김 이사는 "초보자는 월급 170만원, 경력자는 월급 200만원을 주고 4대 보험도 다 보장해주는 정규 직원이었는데, 지원자는 5명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바로 옆에 대성주철공업 부스. 그날 면접을 본 구직자는 단 한 명(46세)이었다. 이 회사 급여는 월 150만(초보자)~200만원(경력자) 수준. 채용을 위해 나온 정일형 차장은 "5명 정도가 더 필요한데, (제대로 된 직원을)1년 가까이 못 뽑고 있다"며 한숨 쉬었다.

    취업난에도 썰렁한 일자리박람회… 지난 1일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2011 인천 일자리 박람회’ 행사장에 마련된 채용 부스 모습. 박람회에 참가한 중소기업 채용 담당자들은 “정규 직원을 뽑으려 해도 지원자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비정규직 600만 시대'(통계청 발표)가 무색하다. '비정규직'은 대기업이나 이른바 '좋은 직장' 얘기일 뿐이라는 게 중소기업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중소기업들은 정규 직원을 뽑지 못해 아우성이다. 지난 6월 고용노동부가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3만1761개를 표본 조사한 결과 올 1분기 기업들의 적극적인 구인활동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직원을 뽑지 못한 '미충원 인원'은 11만4400명으로 지난해 1분기(11만106명)보다 3.9% 증가했다.

    이 현상은 종업원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에서 더 두드러졌다. 300인 이상인 사업체(대기업)는 미충원 인원이 7635명으로 지난해(1만1498명)보다 33.6% 감소했으나 중소기업은 미충원 인원 10만6765명으로 지난해(9만8583명)보다 오히려 8.3% 늘었다.

    안산·시흥 스마트허브(옛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의 PCB(인쇄회로기판) 설비업체인 포인텍. 삼성과 LG그룹의 협력업체인 이 회사는 1층 로비에 인공 연못이 있을 정도로 근무 환경이 깔끔했다. 연봉은 대졸 신입사원은 2500만원, 고졸 신입사원은 1800만~2000만원 수준. 하지만 "제조·엔지니어 분야 직원 10여명을 뽑기 위해 몇 달째 채용 공고를 내고 있지만 지원자가 없다"고 했다.

    2㎞ 떨어진 A화학업체 사정도 비슷했다. 회사 인력 담당 관계자는 "일할 사람이 5명 정도 부족한데, 석 달째 못 뽑고 있다"며 "인력이 모자라 공장을 70%밖에 돌리지 못해 오후 8시 30분까지 야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20% 이상 영업이익률이 올라갈 정도로 우량 기업인 경기도 성남 소재 뷰웍스(디지털 영상장비업체) 대졸 신입사원 연봉은 3500만원이다. 김후식 대표는 "도저히 사람을 구하지 못해 베트남호찌민·하노이대를 졸업한 직원을 한 명씩 채용했다"고 말했다.

    비수도권에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상당수 기업들이 정년을 늘리거나 아예 해외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경북에서 고기능 섬유를 생산·가공하는 B사는 인력난에 시달리다 못해 지난해부터 정년을 55세에서 58세로 늘렸다. 정년퇴직 이후에도 본인이 원하면 계약직으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도 성남 소재 C섬유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한데도 공장을 계속 돌리고 있는데, 이젠 한계에 달했다"면서 "회사 대표가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기려고 현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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