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삼성·퀄컴 간 특허계약 다 보여달라"

조선일보
  • 이인묵 기자
    입력 2011.10.13 03:04

    美법원에 신청서 제출… 삼성 극비자료 유출 위기
    "삼성과 특허계약 맺은 퀄컴의 칩 사용… 특허 침해한 것 아니다" 삼성 공세 무력화 의도

    삼성전자의 통신특허 공세에 대한 애플의 방어 전략이 드러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이미 특허사용 계약을 맺은 통신 칩 회사를 통해 삼성전자의 특허 공세를 피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IT(정보기술) 전문매체 TNW 등은 애플이 지난 5일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지방 법원에 통신 기술 전문 회사 퀄컴과 삼성전자가 맺은 특허 내용을 모두 알려달라는 '일방 결정 신청서(ex parte application)'를 제출했다고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일방 결정'은 다른 당사자의 의견을 듣지 않고 신청인의 신청만으로 결정을 내리는 제도다. 사건이 시급하고 이 결정으로 인해 다른 당사자에게 영구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때만 받아들여진다. 퀄컴은 코드분할접속방식(CDMA) 이동통신의 원천기술을 가진 업체로서 3세대 이동통신(3G), 4세대 이동통신(LTE)에도 많은 특허를 가지고 있다.

    "퀄컴·삼성 기술특허 다 보여달라"

    애플은 법원에 제출한 신청서에서 "애플은 삼성전자와 미국 외 8개국에서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법정 증거로 삼성전자와 퀄컴이 맺은 특허 라이선스 상황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이어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신제품 스마트폰 '아이폰4S'에 대한 가처분 심리가 열리는 만큼 법원이 시급히 결정을 내려 이 정보들을 파악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애플이 법원에 요청한 정보는 삼성전자와 퀄컴 간의 통신 기술 거래 내용의 거의 전부다. 퀄컴이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삼성전자 특허를 비롯해 과거에 사용할 수 있었던 특허, 소송 회피를 위해서만 쓸 수 있는 특허, 퀄컴이 삼성전자에 특허 소송 회피용으로 제공한 특허 등에 대한 모든 문서(all documents)를 요구했다. 만약 법원이 이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애플은 삼성전자가 소송에 어떤 특허를 쓸 수 있는지를 모두 파악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무기창고를 통째로 들여다보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퀄컴은 2009년 11월 서로 특허를 공유하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 계약의 세부 내용은 한 번도 알려진 바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라이선스에 포함되는 특허 목록은 극비 중의 극비"라고 했다.

    공세 전환 삼성전자

    애플의 의도는 분명하다. 두 회사 사이의 라이선스 정보를 이용해 삼성의 표준 특허 공세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한국·미국·일본·독일 등 전 세계 9개국에서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각국 법정에서 "애플이 통신 표준에 포함된 삼성전자의 특허를 무단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플은 이에 맞서 "삼성전자와 특허 사용 계약을 맺은 업체의 통신 칩을 사용하기 때문에 무단 사용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애플은 지난달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 법원에서도 "삼성전자와 라이선스 계약 관계에 있는 인피니온의 칩을 썼기 때문에 특허 침해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한 바 있다.

    박찬훈 특허전문 변호사(법무법인 강호)는 "만약 퀄컴 등 애플이 통신 칩을 공급받는 업체가 삼성의 모든 통신 특허를 사용할 권리가 있을 경우에는 삼성전자의 소송이 무효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삼성전자가 가진 특허가 방대한 만큼 자세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측은 애플의 라이선스 내용 요구에 대해 "법원의 결정이 나오는 대로 대응 방법을 결정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전략 노출의 위험이 있어 우리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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