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COO·최고운영책임자·43)이 지난 29일 전자 라이벌 LG와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을 방문한 뒤, 삼성 라이온즈 1군 선수단 전원에 삼성전자의 최신형 태블릿PC '갤럭시탭 10.1'을 선물했다.

이재용 사장은 그날 LG전 때 잠실구장을 불시에 방문해 화제가 됐었다.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TV로 중계를 보다가 LG 트윈스에 2대0으로 끌려가던 라이온즈가 5회 2대2로 따라붙자 자녀와 함께 경기장으로 출동했고, 라이온즈가 경기를 뒤집어 승리를 챙기자 직접 더그아웃으로 내려가 선수단을 격려했다. 삼성 관계자들은 "이재용 사장이 평일 저녁 경기를 보러와 더그아웃까지 내려왔던 건 이제껏 겪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류중일 감독에게는 "요즘 야구가 재미있어졌다. 감사드린다. 앞으로 야구장에 자주 오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 장면은 TV 중계에 고스란히 노출되며 야구팬들의 관심을 끌었고, 주요 포털에서는 '이재용'이 인기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었다. 이때 야구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이 사장이 이날 승리를 거둔 선수단에 과연 얼마의 격려금을 줬을까'하는 것이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이 사장은 급히 나오느라 격려금 등을 전혀 준비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그는 30일 해외출장을 앞두고 "선수단에 신형 갤럭시탭 50개를 보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시중에 공급되는 갤럭시탭 10.1 제품 50개가 특별 포장을 거쳐 이날 경기 후 선수단에 전달됐다. 제품은 일단 '29일 현장에 있었던 선수와 코칭스태프' 40명의 손에 들어갔다.

삼성구단 관계자는 "'억대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에게 100만원짜리 제품이 어떤 의미일까'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실제로 선물을 건네줬더니 선수들이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특히 외국인 선수 덕 매티스와 진갑용은 입이 귀에 걸렸다. 투수 정현욱은 '하루 만에 부인에게 뺏겼다'며 억울해하더라"고 덧붙였다.

LG 측이 29일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경기에 내건 플랭카드.

한편, 전자업계에서는 이 사장이 경쟁사의 홈 구장에 찾아가 선수들을 격려한 것을 LG 측이 내건 현수막과 연관시키는 해석도 나온다.

LG 측은 29일 경기장 외야석에 '보라! 누가 하늘이고 누가 땅인지'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문구에서 '하늘'은 LG의 상징색인 빨강, '땅'은 삼성의 상징색인 파랑으로 적혔다. LG전자는 자사 3D TV가 최근 미국의 컨슈머리포트지(誌) 평가에서 삼성 3D TV를 제치고 '최고의 3D TV 메이커'로 선정된 뒤부터 이 문구를 3D TV 광고에 사용하고 있다.

LG트윈스는 이 사장이 다녀간 다음날인 30일 에이스 베냐민 주키치와 신인왕 후보 임찬규 등 투수 5명을 투입하는 총공세를 펴 10대 5로 삼성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