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5000社 IT벨트"… 손정의, 꿈을 말하다

조선일보
  • 김희섭 기자
    입력 2011.06.21 03:00 | 수정 2011.06.21 09:17

    11년만에 방한, 소프트뱅크 新30년 비전 밝혀
    '오리엔탈 특급열차' 구상 - "우린 20~40% 지분만 인수, 소프트뱅크 네트워크 통해 세계 IT시장 주도할 것"
    '고비 프로젝트' - "고비 사막에 태양광 발전소 韓中日 합작" MB에 건의

    "현재 일본·한국·중국을 중심으로 IT 기업 800여곳에 투자했다. (내가 84세가 되는) 30년 후에는 5000여개로 늘어난다. '오리엔탈 특급 열차(Oriental Express)'에 올라타고 세계로 뻗어나갈 것이다." 손정의(孫正義·54)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20일 밝힌 원대한 향후 구상이다.

    지난 2000년 이후 11년 만에 방한한 손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규모가 작아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동북아의 IT기업들이 상호협력을 통해 전 세계 정보혁명을 선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재일교포 기업인인 손 회장은 일본 최대의 인터넷 포털 야후재팬을 비롯해 이동통신사(소프트뱅크 모바일), 초고속인터넷 회사(소프트뱅크BB) 등을 거느린 '소프트뱅크 그룹'의 총수다. '아시아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글로벌 IT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울 정도로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한·중·일 IT기업이 정보혁명 선도할 것"

    손 회장은 PC와 유·무선 인터넷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내다보고 과감한 투자와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을 키워왔다. 일본 외에도 중국에서 세계 최대의 기업 간 전자상거래 회사 알리바바닷컴, 중국 최대의 인맥관리(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런런(人人)' 등에 주요 투자자로 참여 중이다.

    한국에서도 3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운용하며 150여개의 벤처기업에 투자했다. KT·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과도 사업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손 회장은 "한국은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 등에서 세계 1~2위를 다툴 정도로 기술이 뛰어난 나라"라며 "경쟁력이 뛰어난 인터넷 기업들이 소프트뱅크의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벤처기업에 투자할 때도 원칙이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돈만 주고 지분을 사는 것이 아니라 비전과 철학을 공유하는 동지적 결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20~40%의 지분만 인수하고 각 경영진이 독립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도록 자율성을 준다"며 "이렇게 해야 의사결정이 빨라지고 위험도 분산된다"고 설명했다.

    20일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신(新) 30년 비전'을 밝혔다.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는 30년 뒤 전 세계 시가총액 순위 10위에 드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손 회장은 "전자·화학·금융·자동차 같은 다양한 업종의 회사가 모두 미쓰비시 같은 거대기업 이름을 달고 있으면 변화와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손 회장은 새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태양광 발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몽골의 고비 사막에 한중일이 힘을 합쳐 태양광 발전시설을 건립하자고 건의했다. 이른바 '고비 테크 프로젝트'다.

    손 회장은 이날 오전 글로벌 녹색성장 서미트 행사에 참석해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 화석에너지 이용을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창하기도 했다.

    “30년 후 글로벌 톱 10위에 들 것“

    소프트뱅크는 올해로 창업 30주년을 맞았다. 손 회장이 1981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일본에 돌아와 PC 유통회사를 창업한 것이 시초다. 창업 당시, 24세의 손 회장은 직원 두 명을 채용해 허름한 창고에서 아침 조회를 하며 “우리 회사는 곧 매출 1조엔(14조원)대의 기업이 될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다음날 직원들은 “사장이 이상한 사람”이라며 회사를 그만뒀다.

    그로부터 30년 뒤 소프트뱅크는 작년 3조엔(42조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일본 전체에서 3위를 차지해 소니나 도시바보다 많았다.

    손정의 회장은 향후 비전에 대해 “30년 후에는 컴퓨터의 속도가 100만배 빨라지고, 휴대폰 하나에 3억년 분량의 신문을 저장할 수 있다”며 “정보 혁명을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는 기업 이념이 우리가 나아갈 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세계 200위권인 시가총액을 10위 안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밝혔다.

    손 회장의 “눈앞만 보면 멀미가 난다”며 “사업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앞날이 막막하고 잘 안 보일 때는 더 먼 곳을 바라보라. 수백㎞ 앞은 물결이 잔잔하고 평온하다”면서 “나는 300년 이후의 세상이 어떻게 될지 상상하며 사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20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들과 만남의 자리에서 강연을 했다./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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