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IT 패권] 미국의 '소프트 파워'가 아시아의 '하드 파워' 눌렀다

조선일보
  • 백승재 기자
    입력 2011.04.22 03:04 | 수정 2011.04.22 04:23

    애플, 기기·콘텐츠 함께 팔아 떼돈 벌면서 주가도 급등
    삼성·소니 등 맹추격 불구, 영업이익률은 상대도 안돼

    미국 IT기업들이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등 '소프트 파워'를 앞세워 다시 세계 IT업계의 '패권자(覇權者)'로 군림하고 있다. 미 IT기업들은 2000년대 이후 품질과 가격 등 제조기술을 내세운 유럽과 아시아 기업에 밀려 휴대폰과 PC 같은 IT 완제품 시장에서 거의 밀려났었다. 하지만 소프트 파워로 무장한 애플 같은 혁신적인 IT기업들이 아이폰 등을 내놓으며 시장 판도와 흐름을 단번에 되돌려놓았다.

    미 IT 기업들의 경이적인 수익으로 실력을 증명했다. 가전·휴대폰 등 보통의 글로벌 제조업체들은 10%대의 영업이익률만 기록해도 찬사가 쏟아진다. 하지만 애플·구글·인텔 등 미국의 대표적인 IT기업들은 영업이익률이 20%를 훨씬 웃돈다.

    미국 IT산업 세계의 강자로 재등장

    미 IT기업들의 실적을 보면 '스마트 연쇄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선두에 두고 음악·게임·인터넷 등 콘텐츠 산업, 통신서비스, 통신용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가 거대한 생태계를 구성하며 미 IT 산업을 동시에 밀어올리고 있다.

    놀이와 업무 구분 없는 구글… 사무실 다양한 색상의 가구와 놀이기구가 놓인 아일랜드 더블린의 구글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 등 창의적인 사업 모델을 가진 미국 IT 기업들은 최근 아시아 기업들을 압도하는 실적을 내고 있다. /구글 제공
    애플은 20일(현지 시각) 실적 발표에서 올 1분기 1865만대의 아이폰을 팔았다고 밝혔다. 기존 전망치 1600만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더 눈길이 가는 것은 콘텐츠 서비스 매출이다. 애플의 온라인 서비스 아이튠즈 매출(앱스토어 포함)은 14억달러(1조5000억원)로, 사상 최고 분기 실적이었다. 시티은행 등 미국의 투자은행은 애플이 올해 전체로 아이튠즈 매출이 20억달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단 한 분기 만에 절반 이상을 달성해버렸다. 견인차는 아이폰용 응용프로그램(앱)이다. 실제로 애플 아이튠즈에서 음악 파일은 2003년 4월 서비스 시작 이후 다운로드 건수가 100억건을 돌파하는 데 67개월이 걸렸지만 앱 다운로드 건수는 2008년 7월 서비스 시작 이후 31개월 만에 100억건을 넘겼다. 애플 주가는 21일(현지 시각) 개장하자마자 2% 넘게 올랐다.

    애플이 스마트폰으로 선도하니,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모바일 프로세서) 생산업체인 퀄컴 같은 통신용 반도체 기업과 모바일 인터넷 서버 관련 기업, 통신업체들의 실적도 덩달아 좋아졌다. 퀄컴의 1분기 매출(38억달러)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6%가 늘었다. 서버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인텔도 1분기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나 늘었다. 애플의 강력한 경쟁사인 구글도 모바일 인터넷 확산에 힘입어 1분기 순이익이 23억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아시아 기업 '스마트 효과' 소외

    아시아 기업들은 '스마트 연쇄효과'를 별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올해 1분기 2조9000억원의 준수한 영업이익을 냈지만 영업이익률은 7.8%에 머물렀다. 일본의 소니의 분기 영업이익은 1조원에 머무는 수준이다. 여전히 '좋은 제조업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기업들이 단기간에 애플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다. 빌 쇼프(Schope)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애플 경쟁력의 핵심은 아이튠즈를 비롯한 창의적인 소프트웨어(플랫폼)"라며 "다른 기업들이 쉽게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고중선 모니터그룹 이사는 "이제는 국내 업체들도 '품질이 더 좋은 것'에서 나아가 '우리에게만 있는 것'을 개발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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