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위채 투자자들… 예금보호 못 받아
이달 들어 7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면서 저축은행이 발행하는 후순위채에 투자한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예금주들은 개인당 원리금을 합해 최대 5000만원까지 보장을 받지만 후순위채는 예금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2011년 2월 24일 B2면〉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최근 일부 부실 저축은행들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이들 저축은행과 거래하는 많은 사람들이 손해를 보거나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예금자들은 5000만원까지는 법적인 보호를 받고 있지만 그 이상의 거액을 저금한 사람들은 돈을 떼일까 봐 초조해하고 있습니다. 급하게 돈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일정 기간 예금을 찾지 못하게 될까 봐 저축은행 창구 앞으로 몰려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예금자들보다 훨씬 더 큰 근심에 빠져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부실 저축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에 투자한 사람들입니다. 왜냐하면 후순위채는 제도적으로 예금보호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저축은행이 도산하면 투자액 전부를 떼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후순위채가 무엇이기에 사람들이 투자액을 떼일 염려를 무릅쓰고 투자하는 것일까요? 오늘은 후순위채가 무엇이고, 왜 발행되는지 그리고 후순위채에 투자할 때 유의해야 하는 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후순위채는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의 일종
모든 기업은 원자재 구입, 투자, 판매촉진 등 경영활동을 위해 자금을 필요로 합니다. 내부적으로 모아 놓은 돈이 충분할 경우 이를 사용하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모아야 합니다. 이때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주식을 발행해서 자본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합니다. 두 번째로는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거나 채권을 발행하는 등 빚을 내서 돈을 끌어옵니다.
각각의 방법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경우, 빚을 졌을 때처럼 당장 이자나 원금을 갚아야 하는 부담이 없어 유리합니다. 특히 원자재 가격 급등이나 판매 감소 등의 이유로 기업의 재무상태가 악화되면 주식으로 자본을 조달한 경우가 대출이나 채권으로 빚을 진 경우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왜냐하면 빚을 진 경우에는 돌려줘야 할 원리금이 약속되어 있기 때문에 그만큼 기업이 부도 사태를 맞을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향후 경영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될 때 기업들이 증자에 힘쓰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면 주식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 사업이 큰 성공을 거두어 많은 이익을 내더라도 주주들의 수가 많아져 상대적으로 주주 한 사람당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대주주의 지분 비중이 줄어들 수 있는 증자보다는 대출을 받거나 채권을 발행하는 부채의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려고 합니다. 주식을 발행하지 않고 부채를 내서 자금을 조달하면 투입한 자본 대비 수익을 발하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일 수 있습니다.
후순위채는 채권의 일종으로서 기업이 빚을 내서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의 하나입니다. 이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파산하게 된 기업의 경우를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업이 파산하면 이 기업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나 투자한 주주 모두 돈을 되돌려받기를 원할 것입니다. 그런데 기업이 파산하게 되면 기업의 대주주와 동업자들로 구성된 주주들이 가장 큰 책임을 지게 됩니다. 따라서 기업에 빚을 준 채권자들은 주주보다 기업의 자산에 대한 우선적인 청산권을 확보하게 됩니다.
그런데 채권자들 사이에서도 원리금을 변제받는 순서에 있어 차이가 있습니다. 후순위채는 채권을 발행한 회사가 파산할 경우 다른 일반 채권의 부채가 모두 청산된 다음에 원리금을 변제받을 수 있는 채권을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기업이나 담보자산이 부실화되었을 때 채권 중에서 상대적으로 먼저 원리금을 변제받는 채권을 선순위채(senior debt)라 하고 선순위채보다 늦게, 그러나 주식보다 먼저 변제받는 채권을 후순위채(subordinated debt)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후순위채 투자자는 주식보다는 먼저 원리금을 찾을 권리가 있지만 선순위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후순위채는 자본으로 인정받아
이와 같이 후순위채는 일반 채권에 비해 위험이 더 클 뿐만 아니라, 주식과 달리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지더라도 배당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그 이익을 공유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이러한 단점을 보상해 주기 위해 후순위채 발행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따라서 조달비용이 높은 후순위채의 발행을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과 저축은행 등 예금과 대출 업무를 수행하는 금융회사들은 실제로 많은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미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경험했듯이 금융회사들이 부실화될 경우 일반 회사에 비해 경제 전체에 주는 충격이 훨씬 큽니다. 따라서 금융감독 당국은 금융회사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가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건전성 규제가 바로 금융회사에 대해 충분한 규모의 자본금을 쌓도록 하는 자본적정성 규제입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보았듯이 주식을 발행하여 자본금을 확충하는 것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흡수하는 데 가장 유리하겠지만, 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할 경우 자기자본이익률이 감소하고 지분이 희석되는 등 주주의 이익이 훼손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BIS(국제결제은행) 등 국제기구는 은행이 발행한 만기가 5년 이상인 장기 후순위채를 일정 부분 자본으로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은행 등 금융회사는 자본적정성을 높이는 방법의 하나로 장기 후순위채를 대규모로 발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후순위채에 투자할 때 무엇을 유의해야 할까요
실제로 지난해 저축은행들은 점점 커지는 부실에 대비하기 위한 자본금을 확충하기 위해 대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였습니다. 당시 은행 예금금리가 연 4% 내외의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던 상황에서 많은 개인투자자들은 후순위채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없이 단순히 연 7~8%의 높은 수익률만을 보고 저축은행 후순위채에 투자하였던 것입니다.
특히 예금의 경우 5000만원 상당의 원리금이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항상 보호되고 있고, 금융회사가 파산할시 선순위채는 우선적으로 원리금을 변제받는 반면, 후순위채는 원리금 손실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몰랐거나 또는 간과한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금융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개인 투자자들은 수익률에만 집착하지 말고, 각 금융상품이 안고 있는 각종 위험을 잘 따져가면서 신중히 투자 결정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 자기자본이익률 (ROE·return on equity)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기업이 가진 자본을 활용해 얼마나 이익을 많이 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주주 자본 100억원을 가지고 해당 연도에 세후 순수익 15억원을 벌어들였다면 주주 입장에서 15% 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 됩니다. 따라서 경영효율성을 나타내주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ROE가 높다는 것은 자기자본에 비해 이익을 많이 내 효율적인 영업활동을 했다는 뜻이 됩니다.
◆퀴즈
발행기관이 파산할 경우 다른 채권자들의 부채가 모두 변제된 이후에 마지막으로 원리금을 상환받는 채권을 ○○○○라고 합니다.
▲응모요령: 모닝플러스 홈페이지(morningplus.chosun.com)의 이벤트 코너에서
▲일정: 4월 20일(수) 오후 5시 마감, 4월 22일(금) 당첨자 발표
▲경품: 도서문화상품권 1만원권(25명) 각 1장
〈지난 회 정답: 적기시정조치〉
도서문화상품권 당첨자
고희재 권상원 김병주 김석범 김영연 김지예 김현재 박서영 박지영 박창수 방형모 백승묵 서주연 신경수 원현주 유경호 이규선 이재영 이종관 이한림 임영준 최진이 탁희동 편원수 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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