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포뮬러원) 레이싱카가 광화문 한복판을 달렸다.

르노삼성은 모그룹 프랑스 르노의 F1 팀을 초청, 3일 서울 태평로와 세종로 사이 550여m의 임시 주행로를 마련하고 F1 레이싱카 시험주행을 선보였다.

이를 위해 서울 종로구 세종로사거리와 소공동 주변 일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차량 진입이 통제됐다. 이날 행사는 오는 22일 전남 영암에서 열리는 F1 코리아 그랑프리를 기념해 열렸다.

3일 오후 서울 태평로~세종로에서 이달 22일 전남 영암에서 열리는 포뮬러원(F1) 한국대회를 기념해 레이싱카의 주행을 선보이는‘2010 F1 코리아 시티 데모 런’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로 서울 도심 교통이 극심한 혼잡을 겪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이날 행사에는 약 3만여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이 모였다. 장 마리 위르티제 르노삼성 사장과 정순남 전라남도 정무부지사의 개회사가 이어졌다. 이후 각종 부대행사가 끝난 오후 3시 20분. 대한문광장 앞에 마련된 패독(레이싱카가 주행 전 사전 정비를 마치는 장소)에 고막을 찢는 듯 날카로운 엔진음이 광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노란색 F1 레이싱카가 시청광장 옆 도로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작년까지 실제 경기에 투입됐던 르노의 레이싱카 R29는 엔진 소리의 높낮이를 조정, 10여초간 애국가 음계를 연주하며 관람객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르노 F1 팀 소속 드라이버인 제롬 담브로시오(d'Ambrosio·24·벨기에)는 환호를 보내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든 후 레이싱카에 올라탔다. '출발'을 알리는 녹색 깃발이 하늘을 가르자, 레이싱카는 우렁찬 굉음을 내뿜으며 광화문 일대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짧은 직선코스였지만, 레이싱카는 최고시속 300km를 넘나들었다. 차가 눈앞을 지나갈 때에는 강렬한 엔진음 때문에 귀가 순간 멍해질 정도였다. 이에 열광하는 젊은이들도 있었지만, 눈살을 찌푸리며 귀를 틀어막는 행인도 눈에 띄었다.

레이싱카가 도로 위에서 바퀴를 끊임없이 회전하며 원형의 타이어 자국을 남기는 묘기를 선보일 때는 관람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마찰열로 인해 타이어가 연기를 피우며 타오르자 코끝에 매캐한 냄새가 와 닿았다. 운전자 담브로시오는 약 15분 동안 광화문 일대를 반복해서 달린 뒤, 박수를 보내는 시민들에게 차에서 내려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이날 행사는 한 차례 더 시험주행이 끝난 오후 6시쯤 종료됐다.

오전부터 광화문을 찾아 끝까지 행사를 지켜본 대학생 임주형(27·서울 도림동·단국대 회계학과 4년)씨는 "서울 도심에서 F1 레이싱카가 달리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강렬한 엔진 소리를 들으니 속이 후련해졌다"고 했다.

반면 행사장 주변을 지나가던 신혜선(23·의정부시 가능동·서울여대 컴퓨터학과 4년)씨는 "약속이 있어 택시를 타고 주변을 지나다 차가 막혀 내려서 걸어가는 중"이라며 "일요일 하루 종일 도심 한복판을 가로막고 행사를 벌이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이교현 상무는 "올 7월부터 F1 조직위원회, 서울시 등과 협의해 행사를 성사시켰다"며 "주변 도로를 한나절 동안 통제해야 하는 이유로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F1 대회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이번 행사를 적극 추진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