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식당 주인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말 "상추 좀 더 주세요"

입력 2010.09.11 03:21

잇단 냉해·태풍·폭우에 주요 채소값 2~3배로…
소비자들도 부담 늘어 집에서 직접 길러 먹기도

#1. 10일 낮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낙지 전문점. 회사원 박모(41)씨는 식당 대표 메뉴인 낙지연포탕을 주문했다. 그러자 식당 주인은 "연포탕 대신 다른 음식을 시키면 안 되겠느냐"는 부탁을 했다. 주인은 "연포탕에 들어가는 미나리 한 단 가격이 한 달 새 4000원에서 8000원으로 올라 연포탕을 팔면 오히려 손해"라며 양해를 구했다.

#2. 서울 노원구에서 김밥집을 하는 이모(48)씨는 깻잎·오이·호박 등 각종 채소를 2주일에 한 번씩 고향 부모님으로부터 택배로 받고 있다. 4500원짜리 비빔밥에 들어가던 상추는 콩나물과 호박볶음으로 대신했다. 이씨는 "채소값이 너무 올라 수익이 20% 가까이 줄었다"면서 "손실을 조금이라도 만회하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상 기온으로 채소 가격이 2~3배씩 급등하면서 음식점들이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지난 9일 서울 강남의 한 고깃집을 찾은 강모(36)씨는 테이블에 올려진 밑반찬을 보고 황당했다. 일행 12명이 3개 식탁에 나눠 앉았는데 파무침 등 반찬은 2개 식탁에만 놓였기 때문이다. 상추·깻잎·쑥갓 등 평소 10가지 이상 나오던 채소 종류도 4개로 줄었다. 식당 주인은 "작년에만 해도 박스(4㎏)당 1만4000만원 정도 하던 상추 값이 요즘은 6만~7만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주부들도 비상이다. 가정주부 이모(43)씨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상추를 비롯해 채소들이 너무 시들해서 매장 진열대에 손이 잘 가질 않는다"면서 "신선식품보다 인스턴트나 가공식품을 구입하는 횟수도 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채소가격이 급등한 것은 봄철 냉해(冷害)와 올여름 장마가 길어지면서 품질이 떨어지고 수확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태풍 '곤파스'가 지난 2일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가면서 전국 곳곳의 채소 농가가 큰 타격을 입었다. 서울 가락동농수산물시장 관계자는 "상추·애호박은 태풍 피해를 본 직후 반입량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지금도 예년 공급량의 80%대 수준"이라고 말했다.

10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평균 880원(소매가격 기준)이었던 상추(100g) 가격이 2466원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애호박(1개)도 1405원에서 3025원으로, 오이(10개) 역시 5874원에서 1만2587원으로 두 배 이상 올랐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채소 가격에 일부 소비자들은 가계비 부담 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서울 양재동 화훼단지에서는 어린 채소가 심어진 작은 화분들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채소 값이 오르면서 주부들이 채소를 집에서 직접 키우려고 사가는 것이다. 대형매장에서는 육개장·오징어덮밥 등 간편 식품이나 포장 김치 판매가 30~40%씩 늘었다.

이마트 장경철 채소구매 팀장은 "소비자의 경우 대형마트에서 균일가로 판매하는 소용량 포장 상품이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정식 완제품 또는 냉동·건조식품 구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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