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의도 펀드 매니저들 사이에서는 9명의 젊은이들이 단골 화제로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소녀시대’일까요? 의외로 답은 중국에서 경제학을 공부중인 평범한 대학생들입니다.

‘철새’라고 지탄받는다던 펀드 매니저들을 감동시킨 건 중국 북경대학교 재학생 9명으로 구성된 증권투자 동아리 페인(PEIN·Peking University Economics and Investment). PEIN은 지난 5월 초쯤부터 일일 중국 경제 보고서를 발간해 국내외 기관 투자가들에게 메일로 발송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메일링 리스트에 등록된 기관 투자가 수만 100여명에 이릅니다.

PEIN이 만드는 보고서에는 중국 거시경제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여러 뉴스 꼭지 원문이 한글로 고스란히 번역돼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을 통해 한 차례 ‘필터링’된 뉴스만을 접하던 투자자로서는 꽤 쓸 만한 자료인 셈입니다. PEIN 멤버인 8명의 재학생과 1명의 졸업생은 현지 유학생인 데다가, 경제학 혹은 금융학 전공자들이어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김대근씨(북경대 3학년, 금융학 전공)는 “처음에는 외부에 공개할 생각이 없었지만 반응이 좋아 활발히 보내게 됐다”며 “방학을 맞아 귀국한 요즘도 매일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아직 이들의 보고서는 유수의 증권사 보고서와 비교하면 걸음마 단계입니다. 정규 교육을 받은 애널리스트처럼 기술적 분석(차트 분석)을 토대로 분석하거나, 보다 복잡한 밸류에이션 자료를 사용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무수히 많은 증권 투자 동아리가 있으며 이들 못지 않은 열성을 자랑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국내 E여자대학교의 D동아리는 회원끼리 직접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포트폴리오를 실험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매일 만드는 단 두 장짜리 보고서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는 중국 현지 유학생들로부터 날아오기에 더욱 그 의미를 더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중국에 유학을 간다고 하면, 우리나라만 못한 곳에 간다고 동정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어느덧 중국에서 배워 온 지식을 통해 한국 지식계를 주무르는 주역으로 성장했음에, ‘상전벽해(桑田碧海)’를 느끼게 됩니다.

JP모간증권의 세일즈 담당 김보현 상무는 “지금껏 많은 증권동아리 얘기를 들었지만, 일일 보고서를 직접 만드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