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아이폰4 '한국 따돌리기' 진실은…

입력 2010.07.20 03:00

한국만 출시 연기… 잡스 "승인 시간 걸려" 對 정부 "신청도 안해" 논란
"경쟁사가 방해" 루머 돌아… KT·애플 "테스트 중" 해명
"부품 동나" 제품 부족설에 KT·애플 협상 이견 분석도

애플이 이달 말로 예정된 아이폰4 출시 국가 중에 유독 한국에서만 출시 일정을 연기한다고 발표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더욱이 스티브 잡스 CEO가 16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승인을 받는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하는 바람에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도 이달 출시를 하면서 시장규모가 훨씬 큰 한국 출시를 늦추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발끈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나 한국 경쟁사들이 아이폰4 한국 출시를 방해하는 것 아니냐"는 근거없는 루머도 흘러나오고 있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지난 16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이폰4의 안테나 전파 수신 불량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아이폰4 안테나의 수신 불량으로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안테나 게이트’라고 이름 붙였다. /블룸버그

논란이 커지자 국내에서 아이폰을 유통하는 KT와 인허가를 맡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각각 "애플이 아직 정부 승인을 요청하지 않은 상태"라며 "애플의 내부 준비과정이 늦어지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자료를 냈다. 진실은 무엇인가?

KT와 애플, "현장 테스트(field test) 등 준비 과정에 시간이 걸린다"

스마트폰 같은 무선기기를 국내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전파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쉽게 말해 국내 시장에 판매하기 적합한 제품인지 품질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전파인증은 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파연구소가 시행하며 한 달간에 거쳐 제품 성능, 주파수 대역, 전자파 방출량 등 30여개 항목에 대해 검사를 받고 인증을 받는다.

이런 인증절차를 감안하면 아이폰4는 일러야 올 8월 말에나 한국 출시가 가능할 전망이다. 전파연구소의 안근영 품질인증과장은 "애플이 아직까지 인증신청을 안했다"며 "특별히 늦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KT와 애플은 이에 대해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대로 내부적인 준비 과정이 늦어지는 것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KT의 한 관계자는 "아이폰4를 출시하려면 한글화 작업은 물론, 7000~8000가지의 망 연동 테스트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이 기간이 보통 2개월은 걸리는 데다 한국은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벽하게 테스트한 뒤 출시하자는 게 애플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갤럭시S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도 비슷한 이유로 한 달 이상 출시가 늦어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아이폰4' 공급 물량 부족설(說)도 나와

일부 전문가들은 아이폰4의 공급부족 현상을 배경 원인으로 꼽고 있다. 아이폰4의 판매 추이를 보면 지난 6월 24일 판매 후 3일 만에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에서 170만대가 팔렸지만 이후 19일 동안에는 130만대가 더 팔리는 데 그쳤다. 첫 3일간의 판매에 비해 현저히 판매증가 속도가 줄었다.

국내 통신업체의 한 고위 임원은 "아이폰뿐 아니라 갤럭시S, 대만 HTC 안드로이드폰 등 히트 스마트폰 제품마다 공급 부족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면서 "미국 애플 매장에 가보면 물건이 부족한 곳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대용량 저장장치에 쓰이는 메모리 반도체나 고성능 디스플레이 확보에 비상이 걸려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은 자신이 '레티나(망막) 디스플레이'라고 이름 붙인 첨단 디스플레이 부품을 확보하는 데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곳이 LG디스플레이·도시바 등으로 몇 군데 안되는 데다 생산량이 수요에 비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애플이 이달 말에 한국을 제외한 17개국에 아이폰4를 판매하더라도 실제 공급 물량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내 통신업계, "KT와 애플의 아이폰4 공급협상에 이견 있었다"

국내 통신업계의 정보 담당자와 일선 마케팅 관계자들은 "KT와 애플이 아이폰4 도입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이견(異見)이 발생해 늦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에 대한 공급권을 특정 통신업체에 주는 대신 일정 물량에 대한 판매 보장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애프터 서비스나 마케팅 비용부담 등 통신업체에 불리한 조건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이 아이폰을 출시한 85번째 국가이지만 7개월 만에 80만대가 넘게 팔릴 정도로 판매 증가 속도에서는 세계 최고"라면서 "KT가 이 같은 점을 활용해 더 많은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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