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커피] 강남 부자들 사이에서 '현금 짱박기' 유행

조선일보
  • 이경은 기자
    입력 2010.06.03 03:26 | 수정 2010.06.03 03:27

    요즘 서울 강남의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현금 거래 자주 하면 세무서에 찍힌다'는 괴소문이 유행하고 있다. 이달 말부터 금융회사가 수상한 돈거래 정보에 대해 신고하는 기준이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대폭 강화되는 데 따른 것이다. 지금까진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하기 위해 1000만원이나 1500만원을 송금해도 혐의거래 기준(2000만원)에 미달하기 때문에 정부로선 알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달 말부터는 혐의 거래로 분류돼 1000만원 이상 모든 송금 내역이 정부 손에 들어가게 된다.

    강남구에 있는 한 시중은행 PB센터장은 "거액 자산가들 중엔 이자는 한 푼도 안 받아도 좋으니 어떻게 하면 거래 내역을 알리지 않고 거래할 수 있는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돈의 출처나 용도가 불분명해 정부에 세세한 돈거래 내역을 알리기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정보기술(IT)이 발달하고, 정부의 감시도 강화되면서 금융거래 내역을 숨길 수 있는 여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에 일부 자산가들은 궁여지책으로 이자 수입은 포기하는 대신, 은행 대여금고에 현금을 보관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이른바 '현금 짱박기'다.

    전통적으로 부자들이 세무당국 감시로부터 재산을 숨기기 위해 선택하는 수단은 금괴(골드바)였다. 그러나 지난해 5만원짜리 신권이 나오면서 선호 대상이 현금으로 바뀌고 있다고 대형 보험사 A팀장은 말했다.

    특히 5만원권 지폐는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금고에 재워두는 용도로 애용되기도 한다. 5만원권을 은행 대여금고에 가득 채울 경우, 10억원 가까이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속세 등 세금 부담을 덜려는 자산가들도 이 같은 '현금 짱박기' 흐름에 가세하고 있다. 현재 상속세는 최고 세율이 50%에 달해 세금 부담이 큰 편이다. A팀장은 "자산이 많을수록 상속세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아예 자산을 미리 현금화해서 금고에 보관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줄이는 전략을 세우는 부자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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