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시장에서 여성의 힘이 커지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전체 게임시장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내외였다. 하지만 최근 국내 게임 시장조사 업체 게임트릭스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인기 순위 상위 10개 게임 중 6개(서든어택·리니지2·리니지·오디션·카트라이더·메이플스토리)는 여성 게이머의 비중이 30%를 넘는다. 미국 게이머의 38%가 여성이라는 로이터통신의 보도도 나왔다. 국내 게임 업계는 미래 수익원으로 떠오른 여성 게이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성 게이머의 마음을 사로잡은 온라인 게임들. 왼쪽부터‘러브비트’,‘ 마비노기’,‘ 데뷰 온라인’,‘ 오디션’.

여성 사로잡는 게임 따로 있다

여성에게 인기 있는 게임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우선 조작이 쉽고 간편해야 한다. 예당온라인이 서비스하는 '오디션'은 키보드의 방향키와 스페이스바만으로 상대방과 댄스 대결을 펼친다. 간단한 조작법으로 현란한 댄스 동작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조작이 서툰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오디션'은 여성 유저 비율이 56%나 되는 대표 여성 게임이다.

여성들은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래픽을 선호한다. 넥슨이 개발한 캐주얼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가 대표적이다. 귀여운 소형 자동차들이 경주를 벌이는 이 게임은 1700만 명의 전체 이용자 중에 여성의 비율이 30%가 넘고, 대학생만 살펴보면 여성 비율은 40%를 훌쩍 넘는다.

패션과 유행은 여성들의 최대 관심사다. 엔씨소프트의 댄스 게임 '러브비트'에서는 자신이 이용할 캐릭터의 체형을 선택하고, 헤어 스타일·옷·신발 등을 꾸밀 수 있다. 이 게임의 여성 동시 접속자수는 남성의 두 배나 된다. 엔씨소프트의 고은애 주임은 "실제 패션 전문가를 제작에 참여시켜 최신 유행을 게임에 반영했다"며 "새로 추가한 '신상'(신상품을 의미하는 유행어) 아이템이 특히 여성 유저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네오위즈게임즈의 댄스 게임 '데뷰 온라인'도 뉴욕·밀라노·파리의 최신 패션 트렌드를 게임 속에서 충실히 구현해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올엠의 온라인 모험성장게임(MMORPG) '루니아전기'는 게임에 등장하는 아이템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뽐내는 '패션 페스티벌'로 여성들의 호응을 얻었다.

다른 사람과 교류하기 좋아하는 여성의 감성을 간파한 게임도 있다. 넥슨의 MMORPG '마비노기'는 통상적인 '전투' 외에 옷을 직접 만들어 입거나 음악 연주를 하는 등 생활형 이벤트를 제공해 자연스러운 유대감을 형성한다. '마비노기'는 커뮤니티 기능을 활성화하면서 여성 유저의 비율이 30%로 늘었다.

맥스온소프트의 MMORPG '아스다이야기'는 남녀가 2인1조로 함께 게임을 즐기는 커플 기능을 도입했다. 맥스온소프트의 신인경 대표는 "여성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 하는 MMORPG 장르이지만, 남자친구와 함께 헤쳐나간다면 쉽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대상 다양한 마케팅

게임 업계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와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카트라이더' '서든어택' '스페셜포스' 등 인기 온라인게임들은 대부분 여성 전용 게임리그를 진행하고 있다. 여성들만 참여시킴으로써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한때 남성 이용자의 비율이 90% 이상이던 '리니지2'는 여성으로 구성된 품평단을 운영해 게임에 대한 여성들의 요구사항을 게임에 반영하는 노력을 펼친 결과, 여성 이용자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1인칭 총싸움게임(FPS) '서든어택'을 서비스하는 CJ인터넷은 여성 게이머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여성을 게임의 운영자로 채용했다. CJ인터넷의 MMORPG '프리우스 온라인'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 여성들만 참여할 수 있는 테스트를 따로 진행하기도 했다. CJ인터넷의 정철화 실장은 "여성 유저가 많이 참여하는 것은 게임의 대중성을 입증하는 척도"라며 "여성 유저는 게임의 활기를 더하는 윤활유"라고 말했다.

여성에게 인기 있는 가수나 연예인을 게임 마케팅에 접목시키기도 한다. 엠게임의 댄스 게임 '팝스테이지'는 게임 속에서 신인가수 선발 오디션을 개최해 가요의 주 소비층인 여성 유저들을 끌어들였다. NHN이 서비스하는 액션게임 '탄'은 10대 소녀들이 좋아하는 동방신기의 캐릭터를 등장시켜 여성 게이머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여성은 게임의 미래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인 IBIS월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18~45세 사이의 여성들이 미국 게임 산업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28%에 이르렀다. 매출의 37%를 차지한 18~45세 남성에 이어 두 번째 순위에 이름을 올리며 게임 시장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여성 게이머들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IBIS월드의 조지 밴혼(VanHorn) 선임 애널리스트는 "여성들은 게임 산업에 있어 황금단지와도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