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영화나 드라마 주인공처럼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영화나 드라마 주인공이 입은 옷, 탄 차가 인기를 누리는 이유다.
얼마 전 끝난 TV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주인공 조인성이 탄 녹색 스포츠카는 재규어XK8, 하지원이 사는 달동네의 언덕길을 오르며 서 있는 다른 차들을 주눅들게 만든 차는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였다.
요즘 드라마 주인공들은 외제차를 탄다. 그러나 정확하게 말하면 수입 자동차 업체들이 주인공을 자기 차에 태운다고 보는 게 맞다. 얼마 전 몸짱 배우로 인기를 끌고 있는 권상우는 ‘천국의 계단’에서 BMW 530을 타고 등장했다.
한국 BMW 김영은 이사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제작진 쪽에서 드라마 시작 전에 의뢰서를 보내 협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은 거꾸로 됐다”면서 “수입차 업체들이 드라마 제작에 대한 사전 정보를 입수해 적절한 드라마에 수입차를 제공하는 적극적인 형태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방송 출연 사례로 꼽히는 자동차는 2002년 ‘겨울연가’에 등장했던 포드의 익스플로러다. 흰색 차가 드라마의 배경인 눈내린 용평의 경치와 잘 어울린다는 이유로 낙점을 받아 배용준의 차로 등장했다. 당시 익스플로러 흰색 모델은 주문이 밀려 출고에 두달 이상 걸리기도 했다.
아시아 한류 바람에 포드 익스플로러도 동승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겨울연가’가 일본, 홍콩, 싱가포르에서 인기를 끌면서 포드코리아에는 고맙다는 인사가 쏟아지고 있다. 아시아의 스타로 떠오른 배용준 효과 때문이다.
드라마 ‘백설공주’에서 주인공 연정훈은 포드의 뉴 몬데오와 링컨 에비에이터를, 오승연은 포드의 머스탱을 탔다. ‘애정의 조건’에서는 조여정이 푸조의 빨간색 하드톱 컨버터블 206CC를 몰았다.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에서는 벤츠의 파란색 스포츠카 SLK가 지진희를 태우고 다녔다.
지난 1분기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27.4% 증가한 반면 국산차는 전년보다 28.2% 줄었다. 덕분에 수입차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1분기보다 0.6%포인트 오른 2.4%를 기록했다. 물론 드라마 주인공의 차 가운데 수입차 비중은 이보다 휠씬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