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생물자원공학부 4학년에 재학중인 정우덕(22)씨는 컴퓨터를
'입고' 다닌다. 컴퓨터 본체는 가방에 넣어 어깨에 메고 모니터는
오른쪽 팔, 키보드는 왼쪽 팔에 부착시켰다. 손에는 항상 요구르트병
만한 마우스가 쥐어져 있다.
"노트북PC는 바닥에 놓고 써야 하고, PDA(개인휴대단말기)는 성능이
형편 없어, 제가 직접 이동하기 편한 컴퓨터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고민을 하던 이씨는 '입는 컴퓨터'를 착안, 작년 9월부터 개발에
들어갔다. 우선 'LG필립스LCD'사를 방문, 부품을 구입해 6.4인치 짜리
모니터를 만들었다. 또 인터넷(www.halfkeyboard.com)을 통해 캐나다
마티어스(Matias)사가 만든 반쪽짜리 키보드를 구입했다.
문제는 본체. 일반 성능은 데스크톱PC에 버금가면서도 크기는 최대한
줄이기 위해 직접 개발도 하고, 산업용 부품을 따로 구입하기도 했다.
CPU(중앙처리장치), 메모리(주기억장치), 운영체제 등은 데스크톱PC에서
쓰던 것을 그대로 넣었다. 하지만 메인보드는 제조업체에 직접 찾아가
산업용 제품을 구입했고, 전원공급장치는 일반 건전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직접 설계했다.
이렇게 해서 들인 금액은 모두 200만원 정도. 하드디스크의 용량이
20기가바이트로 넉넉해 평소 이용하는 소프트웨어도 모두 깔았다. MS의
오피스 프로그램이 있어 리포트를 작성하고, TV수신 프로그램으로 TV도
시청한다. '퀘이크3' '맥스페인' 등 3차원(3D) 게임도 거뜬하다.
CDMA2000-1x용 휴대전화와 연결하면 최고 144kbps의 속도로 무선
인터넷도 즐길 수 있다.
"사람들이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죠. 하지만 제 인상이 무서워서
그런지-그는 90㎏의 거구에, 구레나룻도 턱 끝까지 길렀다- 아직 말을 건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컴퓨터와 '사랑에 빠졌던' 이씨가 농대에 간
이유가 궁금해졌다. "컴퓨터가 아닌 다른 학문을 배워보고 싶었어요.
농기계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학점은 늘 3.0 이상은 됩니다. 앞으로
컴퓨터를 농업에 접목시키는 쪽으로 전공을 살려볼 생각입니다."
정씨는 겨울방학 동안 완벽하게 입는 컴퓨터를 개발, 신학기부터
'컴퓨터옷'을 입고 학교에 다닐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