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떠나고 버려지는 빈집이 늘고 있다. 빈집 문제는 전국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부산 같은 대도시부터 울릉도 같은 섬에 이르기까지 규모와 위치를 가리지 않는다. 인구 감소 현상을 겪는 인구 30만명 미만의 중소도시와 농어촌은 상황이 심각하다. 빈집이 늘면 쓰레기가 버려지거나 범죄 위험이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마을은 사라지고 치안과 보건, 교통 같은 공공 서비스도 결국 중단될 위기를 맞는다.
정부는 2023년 법을 정비해 도시와 농어촌에 버려진 빈집 철거를 독려하고 있다. 집이 있던 자리는 대부분 공터로 남는다. 도시에 흡사 구멍이 뚫린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도시 천공’으로 불리는 현상이다. 일부 학자들은 칼슘이 빠져나가면서 뼈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증상과 비슷하다고 해서 도시의 골다공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빈집 철거 후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 마련에 필요한 도시 천공 현황에 대한 자료는 전혀 없는 실정이다.
7년 새 봉화선 축구장 1.5배 넓이 건물 사라져
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는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박윤미 교수, 안지현 연구원과 항공 사진과 인공위성 영상을 이용해 국내 지자체 가운데 인구과소지역 비율이 높은 경북 봉화군과 중소도시인 상주, 김천, 전북 남원의 도시 천공 현상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인구과소지역은 거주자가 고령화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가 늘면서 인구의 재생산이 어려울 정도로 줄어든 지역이다.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전국 250개 시군구 중 소도시에 속하는 50개의 지역에서 인구과소지역 비율이 35%가 넘는다. 대도시인 서울이 3.84%, 경기와 인천까지 포함한 수도권이 10.10%인 것과 비교된다. 봉화는 인구과소지역 비율이 49.81%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높다.
연구진은 딥러닝 기반의 변화탐지(Change Detection)기술을 활용해 경북 봉화에서 일어난 변화를 분석했다. 변화탐지는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같은 지역을 찍은 영상으로 그사이 나타난 변화를 탐지하는 영상 분석 기술이다.
연구진은 국토지리정보원이 제공하는 2015년과 2022년 항공 영상을 이용해 봉화군을 세 구역으로 나눠 천공 현상을 살펴봤다. 건물이 사라지고 공터로 바뀐 위치를 중점적으로 탐지했다. 그 결과 지난 2015년 봉화군 석포면 영풍 석포제련소 인근에 있던 건물이 2022년에는 사라지고 공터로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석포제련소는 1970년부터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서 운영되고 있는 아연 생산 능력 세계 4위 규모의 종합 비철금속 제련소다. 같은 기간 석포 보건지소와 석포역 북쪽 석포3리 입구 인근 건물 일부도 사라지고 그 자리가 공터로 바뀐 모습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기간에 경북 봉화군에 나타난 천공이 모두 16건에 이르며 그 면적은 1만1400㎡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축구장 넓이의 1.5배, 국내 가구 평균 면적(21평, 70.1㎡)으로 따졌을 때 162가구가 사라진 것과 맞먹는다.
상주와 김천, 남원에도 곳곳 구멍
변화탐지는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지만 도시에선 새롭게 나타난 크고 작은 천공 현상을 포착하는 데 사용된다. 박 교수는 “도시 천공 현상을 대규모로 확인하면 도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미리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변화탐지 기술을 이용해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경북 상주와 김천, 전북 남원에서 나타난 천공 현상도 살펴봤다. 이들 도시도 최근 인구 유출이 지속되면서 도시 기능이 약화하고 있다.
상주시 인구는 2017년 처음으로 10만명이 무너진 뒤 매년 1000명씩 줄고 있다. 2013년과 2023년 상주를 촬영한 항공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 지역에선 아직 천공 현상이 많이 발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 상주 서성동 삼백사우나 서쪽과 동쪽에 각각 있던 건물이 사라지고 각각 주차장과 잔디밭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상주 우체국 동편과 서편 건물이 사라지고 공터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가 제공하는 거리뷰를 보면 이들 공간은 현재 도심 주차장으로 바뀐 것으로 확인된다.
경북 김천과 전북 남원에서도 2013년과 2023년 사이 대형 건축물들이 점차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가 줄면서 대부분 철거지는 다시 새 건물이 들어서지 않고 노는 땅으로 남는다. 분석 결과 이들 지역 역시 건물을 철거하고 난 뒤 남은 지역은 공터가 되거나 수풀이 자라는 나대지(빈 땅)로 남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빈집은 13만4082채에 이른다. 주로 철거되는 집은 이 중 낡아 못 쓰게 된 빈집이다. 상주만 해도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 비율이 64.9%에 이른다. 실제로 중소도시를 방문하면 구도심 건물 사이로 노후 주택이 철거된 뒤 남은 공터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잡초만 무성한 나지가 펼쳐져 있기도 하고 주차 공간으로 활용되는 일도 있다.
도시 구멍은 환경·보건 문제, 미기후에도 영향
전 세계적으로 인구 소멸과 빈집 문제는 공통적인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도심이든 교외 지역이든 천공은 균일하게 나타나지 않고 무작위로 나타난다.
무분별한 빈집 철거와 그 결과로 나타난 버려진 공터는 도시 미관을 해치고 불법 주차, 폐기물의 불법 투기의 온상이 된다. 토양 오염과 하천의 수질 오염까지 유발한다. 도시 천공은 도시 기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부산대와 경성대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환경과 계획B에 도심 지역에 장기간 방치된 빈집을 철거한 뒤 조성한 공터의 성격에 따라 도시 기후 환경(도시 미기후)이 바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빈집을 철거한 후 콘크리트로 포장한 경우는 나무를 심어서 공터를 녹지로 만들었을 때보다 한결같이 열 환경 지표가 높았다. 연구진은 빈집 철거로 발생한 공터가 콘크리트로 덮이면 오히려 도시 열섬 효과나 강수 패턴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빈집을 전략적으로 철거하면 도시 환기를 증가시키고 바람길을 내서 열적 쾌적성을 증대시킨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여전히 대부분의 공터가 사유지라서 지자체의 개입이 제한적이고 소유자들도 잘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도시 스펀지화’에 대응하는 목적으로 관련 법률을 개정했다. 도시 스펀지화는 인구 감소로 도시 내 빈집과 공터들이 무작위로 발생하는 현상을 빗댄 말이다. 미국 디트로이트 역시 자동차 산업이 쇠퇴하면서 인구가 줄고 빈집이 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의 소멸 위험 지역은 2016년 첫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매년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2년 대비 2052년 수도권 인구는 5.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영남권은 22.5%, 호남권은 16.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가 심각한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더 많은 빈집과 천공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인구 감소로 발생하는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선 2023년 ‘도시 빈집 정비사업’을 추진하며 법률을 개정하고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며 빈집 철거 이후 활용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 천공 현상에 관련된 통계나 현황 자료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위성 영상으로 광범위한 지역서 빈집 탐지 활용
빈집과 도시 천공에 관한 연구는 일본에서 가장 활발하다. 일본 역시 지방의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다. 일본 도쿄대와 지바대 연구진은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는 지바현을 중심으로 천공이 발생하는 패턴을 분석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볼티모어와 시카고 같은 옛 도심에 빈집이 발생하는 패턴을 확인해 미래의 빈집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선 2023년 충북대 홍성조 교수 연구진이 19개 인구가 줄고 있는 중소도시를 분석한 결과 고령 인구 비율과 35년 이상 건물 비율이 높고 인구가 증가하는 지역에서 멀수록 빈집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박 교수 연구진은 2021년 텍사스A&M대 연구진과 국내 141개 도시를 분석해 고령화와 제조업 일자리 감소, 노후 주택 재고율, 신규 주택 세금 인상이 빈집 증가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을 내놨다.
최근에는 항공 영상과 위성 영상, 거리뷰 영상을 활용해 광범위한 지역을 분석하는 방법도 개발되고 있다. 미국 버팔로 뉴욕주립대 연구진은 2021년 뉴욕주 버팔로시의 고해상도 항공 영상을 활용해 빈집을 찾아냈다. 연구진은 2011년에는 영상에 나타났지만 2014년에는 사라진 건물을 근거로 빈집을 찾았다. 중국 칭화대 연구진은 2022년 국제 학술지 랜드스케이프 앤드 어반 플래닝에 중국 36개 도시의 구글 위성 영상을 분석해 도시에 생긴 공터를 90% 가까이 찾아냈다고 소개했다. 나라스페이스에 따르면 집 주변 나무가 정리가 안 된다든지 밖에 쓰레기가 나와 있다든지 지붕이 부서진 상태로 방치된 흔적을 포착해 빈집 여부를 판단한다. 미국에서는 지붕이 사라지거나 문을 나무로 막은 집을 찾는 방식으로 빈집을 탐지하고 있다.
이번 분석에는 항공 영상과 위성 영상이 활용됐다. 항공 사진은 같은 지역을 찍는 촬영 주기가 길어서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변화를 탐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중소도시의 천공 현상을 분석하려면 고해상도 위성영상이 필요하다. 위성 영상은 민간 위성 기업이 늘면서 촬영 주기가 짧아졌지만 가격이 비싼 것이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박 교수는 “항공·위성 영상과 같은 원격 탐사를 통해 수시로 관찰한다면 도시가 처한 치안과 보건, 환경 문제에 발 빠른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터뷰] “급격히 늘어나는 지방도시 빈집 문제와 도시 천공, 빠른 현황 파악이 숙제”
박윤미 서울대 교수
“한국 사회는 인구가 줄고 고령화하면서 지방 소멸 같은 사회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어요. 인구 30만명 미만의 중소도시에선 상황이 심각합니다.”
박윤미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인구 소멸로 전국적으로 빈집이 늘면서 도시에 버려진 공터가 늘어나는 이른바 천공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정보나 통계가 너무나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미래 도시가 직면할 문제를 스마트 기술과 클라우딩 관제 같은 기술을 활용해 해결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 지방 도시에서 나타나는 빈집 현상은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그와 연구진은 낡은 구도심에 빈집이 늘고 철거한 뒤에도 공터로 버려지는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대책과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지만 묘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박 교수는 빈집과 천공 현상을 깊이 이해하면 중소도시 소멸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도 풀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교수는 “빈집 문제는 삶의 질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공 사진과 위성 사진으로 경북 봉화와 상주, 김천의 상황을 분석한 박 교수를 인터뷰했다. 인터뷰에는 이번 분석에 참여한 안지현 연구원도 참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빈집은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
“사람이 떠나고 남겨진 빈집을 철거하면 그 공간은 주로 주차장이나 텃밭으로 사용된다. 이번에 조사한 경북 봉화나 상주 같은 곳도 마찬가지다. 여러 지자체에서 이런 공간을 텃밭으로 쓰겠다고 많이 이야기한다. 일부 지방 도시에선 주차장 같은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으로도 많이 활용된다. 정읍이나 안동 같은 도시에선 빈집을 철거한 다음에 공영 주차장으로 추진하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사실 현재로선 그 외에는 뾰족한 답이 없다.”
-버려진 집보다는 공터로 남기는 게 낫지 않나.
“맞다. 빈집은 범죄 온상이 되기도 하고 쓰레기가 버려져서 환경과 보건적으로 좋지 않다. 하지만 시가지에 구멍이 뚫리면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생각하지 못한 문제를 일으킨다. 지표 온도가 올라가기도 한다. 깨끗한 상태로 유지되지 않고 야생동물이 사는 일도 생긴다.”
-정부나 지자체는 빈집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빈집이 많이 늘어나면서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한국에서도 빈집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현재로선 철거밖에 없다. 지난 2023년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소규모주택 정비법)’과 ‘농어촌정비법’을 개정해 버려진 빈집 철거를 촉진하고 있다. 2024년 4월에는 전국적으로 이뤄진 빈집 조사 결과가 공개되기도 했다. 정부는 등급을 매겨서 빈집을 관리하고 있다.”
-도시 천공 실태 파악은 잘 되고 있나.
“실태 조사가 잘 안되고 있다. 현재 방식으론 빈집을 조사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직접 사람이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빈집을 철거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상황 자료가 빨리 업데이트되지 않다 보니 정부 혜택을 적용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빈집을 철거한 뒤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빈집들이 철거 후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데이터가 없다. 일단 빨리 많은 지역을 훑어서 상황을 계속 업데이트해야 어떤 상황인지 ‘현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어떤 패턴을 보이나.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서 뼈에서 칼슘이 빠진 것처럼 주거밀도가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연구를 발전시켜서 천공이 발생하는 패턴이 외곽에서 나타나는지 도시 중심에서 나타나는지 봐야 한다. 빈집이 많이 나타나도 지역별로 나타나는 패턴이 다를 수 있다. 도시마다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천공이 나타나는 패턴은 빈집이 나타나는 유형과 유사하다. 인구 밀도가 떨어지면 당연히 빈집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천공 현상을 직접 유발하는 요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인 인구 비중이 높거나 산업체가 줄어드는 곳이 주거 수요가 줄면서 천공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중소도시나 농어촌의 천공에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의 중소도시 가운데 상당수는 고령 인구가 사망하거나 이주자가 늘어서 인구가 순감하고 있다. 이런 지역은 지역의 수용력이나 자원이 부족한 곳들이 대부분이다. 서울과 부산 같은 대도시와 그 주변의 도시들은 상대적으로 정책을 잘 짜지만 중소도시는 그렇지 못하다. 이런 도시들을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
-도심 곳곳에 구멍이 뚫리면 교통 치안 보건 같은 공공 서비스도 붕괴될 것 같다.
“어떤 지역에 빈집이 늘면 사람이 사는 집이 얼마 안 남을 때까지 기다리던가 살기 좋은 곳으로 이주를 독려하는 방법이 있다. 일본에선 입지 적정화라고 하는 사업을 통해 이주를 도왔는데 별로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자신이 평생 살던 곳을 떠나는 건 쉽지가 않고 집과 일터가 직접 연결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쨌든 삶의 질을 유지하려면 어떤 공공 서비스를 언제까지 유지하고 어디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현실에 대한 진단이 제일 중요한 첫 걸음이다.”
-해외에도 빈집 문제가 심각한가.
“일본도 한국처럼 중소도시에서 심각한 인구 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 최근 미국도 능동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천공이란 단어를 쓰지 않을 뿐이다. ‘베이컨트 랏’이라는 말을 쓴다. 유럽에서는 데몰리션(철거) 같은 용어를 쓰고 있다. 경제 비활성화나 일거리가 없어지는 문제, 노화 때문에 생기는 일 외에도 독일이 통일되면서 동독 사람들이 서독 지역으로 많이 넘어와서 동독에 빈집이 생기는 일도 있었다. 옛날에 잘 나가던 산업이 이제 없어지거나 망하거나 이렇게 하면서 인구 감소가 생기고 인구 감소가 생기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빈집이 나타난다. 대부분 인구 감소하는 경우다. 인구가 증가하지 않거나 그런 산업이 많았던 나라나 도시에서는 다 걱정하는 문제이다.”
-해외에선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미국에선 빈집을 1000달러에 팔기도 하고 시카고에선 100달러, 250달러에 팔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빈집을 관리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철거이다. 미국에선 빈집을 팔고 1~2%만 도심 텃밭이 되거나 재활용되고 대부분 버려진다. 미국 러스트 벨트의 대표적인 도시인 디트로이트시는 빈집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철거를 가장 많이 하고 있다. 빈집을 다시 고쳐 쓰면 좋겠지만 주민이 떠난 지역은 수요가 없어서 빈집을 관리하기가 힘들다. 이와 비교해 영국에선 할머니들이 채소를 심고 꽃을 가꾸기도 한다.”
-도시 천공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아직은 모범 사례는 없다. 좀 더 많은 자료 수집과 분석이 필요하다. 한 사례로 2017년 미국 필라델피아 랜드뱅킹이 보고서를 냈는데 천공이 분산돼 있는지 밀집해 있는지에 따라 개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자연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집들이 아직 남아 있는 상태에선 어렵다. 좀 더 넓은 면적이 생겨야 가능하다. 미국에 버펄로 커먼즈라는 사례가 있다. 미국 중부 초원 지역은 원래 버펄로의 땅인데 인간이 한동안 개척해서 살았다. 지금은 인구 밀도가 내려가면서 사람이 살지 않은 곳이 늘어났다. 프랭크 포퍼 럿거스대 교수는 2006년 가급적 먼 지역에서 살지 말고 남은 지역을 버펄로에 돌려주자고 주장을 했다.”
-도시 천공 대책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빈집 실태 조사는 5년 주기로 이뤄지는데 사실 빈집이 생기는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 짧은 시간 안에 빈집을 탐지하는 방법, 철거가 되고 난 다음에 어떻게 쓰이고 있고 어떤 형태를 보이는지 분석이 필요하다. 그래야 어떤 시설을 넣을지, 녹화해야 할지 다음 정책을 만들 수 있다.”
참고 자료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 https://ep.naraspace.com/
저비용 우주발사체와 소형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시간 지켜보는 시대가 왔다. 위성은 이제 국방은 물론 재해와 재난 감시, 손해 사정, 산업 동향 분석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조선비즈는 우주경제 시대를 맞아 국내 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와 인공위성 영상 데이터를 국방과 산업, 경제, 사회, 국제 분야 보도에 접목해 분석하는 ‘위성으로 본 세상’과 ‘위성으로 보는 경제’라는 스페이스 저널리즘 시리즈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