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cm 해상도의 사진 시뮬레이션./알베도 스페이스(Albedo Space) 홈페이지 캡처

다음 달 해상도 10㎝인 민간 위성이 등장한다. 이는 지상의 가로세로 10㎝를 위성 영상에서 한 점으로 인식하는 수준으로, 미국의 군사위성에 맞먹는다.

미국 스타트업 알베도 스페이스(Albedo Space)는 오는 3월 첫 번째 위성인 클래리티-1(Clarity-1)을 발사한다. 알베도는 위성 24기를 지구 초저궤도(Very Low Earth Orbit·VLEO)에 올려, 지구 전역에서 10㎝ 해상도의 위성사진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초고해상도 위성 사진은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이란 미사일 기지 사진을 올리며 주목받았다. 전문가들은 해당 이미지가 픽셀당 10㎝ 해상도를 달성했다고 분석했는데, 이는 기존 상업용 위성 가운데 최고 수준인 픽셀당 30㎝ 해상도보다 9배 뛰어난 수준이다. 10㎝ 해상도는 차량의 종류나 사람이 걷고 있는 모습을 식별할 수 있는 정도다.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에서 위성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토퍼 하다드는 2020년 알베도를 설립해 상업용 초고해상도 위성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후 4년 동안 약 1860억원(약 1억30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본격적인 위성 개발에 나섰다.

위성 사진의 해상도를 높이려면 카메라에 빛을 더 많이 모을 수 있는 큰 렌즈를 써야 한다. 알베도는 렌즈는 그대로 두고 촬영 대상과의 거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해상도를 높였다. 위성의 궤도 높이를 낮춘 것이다. 알베도의 위성은 274㎞ 상공에서 비행하도록 설계됐는데, 이는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이 위치한 550㎞보다 훨씬 낮은 궤도다.

위성이 초저궤도에서 작동하면 문제가 많다. 우선 대기 저항이 커 위성이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 위성은 궤도를 유지하기 위해 연료를 많이 쓸 수밖에 없다. 또 대기에 부품을 녹슬게 하는 산소가 많아 위성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어렵다. 알베도는 전기 추진 엔진을 활용해 연료 소비를 최소화하며 궤도를 유지하고, 위성 외부에 특수 코팅을 적용해 부식 위험을 줄였다.

초고해상도 위성 이미지는 보험, 금융, 농업,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보험사는 자연재해 발생 후 피해 규모를 분석할 수 있으며, 농업 기업은 작물 성장 상태를 살펴 작황을 예측한다. 또한, 헤지펀드는 주차장 차량 수와 원유 저장탱크의 용량을 분석해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

알베도에 따르면 클라리티-1의 향후 2년 치 촬영 용량은 이미 매진됐다. 가스 파이프라인 운영 기업, 위성 사진을 공급하거나 분석하는 기업 등이 주요 고객이다. 일부 촬영 용량은 미국 정부 기관이 사용할 예정이다.

한국도 10㎝급 초고해상도 인공위성 개발에 나섰다. 우주항공청은 전날 열린 제3회 국가우주위원회에서 10㎝급 초고해상도 인공위성을 2036년까지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