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우주기업 탈레스알레니아스페이스는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우주 분야 종사자들에게는 익숙한 곳이다. 탈레스알레니아스페이스는 2010년 한국의 통신 위성인 무궁화위성 6호 제작에 참여했고, 국내 정찰용 군집위성 구축 사업인 425프로젝트와 한국형 위성항법장치(GPS)인 KPS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한국의 중요한 우주 파트너인 셈이다.

지난 1월 21일 서울 용산구 주한이탈리아대사관에서 만난 로베르토 안젤리니(Roberto Angelini) 탈레스알레니아스페이스 엔지니어링디렉터는 한국과의 우주 동맹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통신, 기상 위성에서 협력해왔으며, 지금은 더 강력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앞으로 위성을 넘어서 우주 탐사, 우주 과학 분야에서 협력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베르토 안젤리니(Roberto Angelini)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 엔지니어링디렉터가 지난달 21일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과 지난 십수년간 우주 분야에서 협력해왔다"며 "지금까지는 위성 분야가 대부분이었으나, 앞으로는 우주 탐사, 우주 과학 분야에서도 협력의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이병철 기자

탈레스알레니아스페이스는 이탈리아의 방산기업 레오나르도와 프랑스의 방산기업 탈레스가 공동으로 출자해 2005년 설립한 합작 법인이다. 인공위성, 우주탐사 시스템, 우주 인프라 등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럽을 대표하는 우주 기업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의 거주 가능한 모듈 절반 가량을 제조하기도 했다. 유럽의 자체 위성항법장치(GPS) 위성 갈릴레오와 유럽우주국(ESA)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인 엑소마스(ExoMars) 프로젝트 등에도 참여하며 발사체를 제외한 우주 사업 전반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안젤리니 디렉터는 “한국항공우주(047810)(KAI), 한화시스템(272210)과 함께 정찰 위성을 개발해 지난해 말 첫 발사에 성공했다”며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4기 중 2기 발사를 마쳤으며 조만간 나머지 2기도 발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425 프로젝트 참여가 한국과 진행하던 우주 분야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군사 위성 개발이 한국과의 새로운 협력의 돌파구를 마련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425프로젝트에 대해 향후 업그레이드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만큼 다시 협력할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진행되는 KPS 사업에 대해서는 “GPS 위성에 들어갈 항법장치, 시간동기화, 지상국 운영 등을 개발할 예정”이라며 “갈릴레오 시스템을 구축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일정에 맞춰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안젤리니 디렉터는 현재 전 세계 우주 산업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양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정부가 주도하는 우주 탐사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우주 산업에서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고 있는 추세에 있다”며 “정부가 필요한 서비스를 기업으로부터 구매해서 사용하는 방식이 우주 탐사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ISS를 대체할 민간 우주정거장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탈레스알레니아스페이스는 현재 액시엄 스페이스의 우주정거장에 쓰일 모듈 2개를 제작하고 있다. 안젤리니 디렉터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달 궤도선 루나게이트웨이 모듈 4개 중 3개의 개발을 맡았으며, 아랍에미리트(UAE)의 에어록 모듈 사업도 수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블루오리진, 오비탈 리프, 보이저스페이스 등에서도 우주정거장 사업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안젤리니 디렉터는 앞으로 한국과도 우주 탐사, 우주 과학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업용 우주 정거장과 달 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 협력을 통해 임무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국 기업에 대한 협력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