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찔러 1~2분이면 맞을 수 있는 피하 주사(SC) 형태의 면역 항암제가 국내에 새롭게 허가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면역 항암제로 꼽히는 MSD의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가 피하 주사 형태로 지난달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것이다.
그동안 항암제는 병원에서 오랜 시간 누워서 맞는 링거 형태의 정맥 주사(IV)가 많았다. 정맥 주사는 한 번 맞는 데 30분 넘게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환자들이 병원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도 그만큼 길고, 의료진이 환자를 살피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최근엔 그러나 피하 주사 형태의 면역 항암제가 속속 개발되면서 환자와 의료진 편의도 크게 개선되는 모습이다. 이른바 '1분 항암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항암제도 피하 주사로 … 1분 항암제 시대 열린다
키트루다는 면역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PD-1)을 차단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직접 찾아 공격하도록 돕는 치료제다. 폐암과 위암, 삼중음성유방암, 자궁내막암, 흑색종 같은 다양한 암 치료제로 적응증을 넓히며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자리 잡았다.
MSD 측은 피하 주사 형태로 나오면서, 앞으로 3주에 한 번 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주사를 맞는 데 1분 정도 걸리고, 6주에 한 번 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한 번에 맞는 약의 용량이 많기 때문에 2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1년 단위로 계산해 보면 기존 정맥 주사보다 투약 시간이 96%가량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주사를 맞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환자가 병원에서 앉아 기다려야 하는 대기 시간(Chair Time)도 대폭 줄었다. 면역 항암 주사는 주사만 맞고 바로 나갈 수가 없다. 보통은 약물을 투여한 후에도 알레르기 반응이나 쇼크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지 의료진이 일정 시간 지켜봐야 했다.
MSD 측은 정맥 주사를 맞는 환자의 대기 시간(평균 117.2분)이었다면, 피하 주사 제형으로 바뀌면서 절반가량(59분)으로 줄어들었다고 했다. 또한 의료진이 환자 치료 준비와 투약, 환자 모니터링에 쓰는 시간도 46%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MSD 측은 국내 시장에 키트루다 피하주사 제형을 올해 4분기엔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늘어나는 피하주사 면역항암제
다른 글로벌 제약사들도 피하주사 형태의 면역항암제를 늘려나가고 있다. 앞서 스위스 제약사 로슈는 유방암 표적치료제 '허셉틴'의 피하 제형인 '허셉틴 하이렉타'를 시작으로 두 개의 유방암 치료제를 결합한 '페스코'를 연이어 내놓은 바 있다. '페스코'는 2024년부터 국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정맥주사 제형 대비 치료 시간이 90% 가량 짧아, 연간 기준으로 봤을 땐 조기 유방암 환자 한 명당 사흘을 절감하는 효과를 낸다.
로슈는 또한 폐암과 간암, 유방암 치료제인 '티쎈트릭' 역시 피하주사 형태로 개발해 해외 허가를 획득했다. 현재 국내 식약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로슈 측은 "올해 말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존슨앤드존슨의 비소세포폐암 표적 항암제 '리브리반트'의 피하 주사 제형은 지난해 12월 FDA 허가를 받았다. 피하 주사 제형으로 바뀌고 투약 시간이 5분 내외로 줄었다고 한다. 제약업계에선 이 약과 병용되는 유한양행의 항암 치료제 '렉라자'의 매출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리스틀 마이어스 스퀴브(BMS)의 면역 항암제 '옵디보'도 2024년 피하 주사 제형인 '옵디보 큐반티크'에 대한 FDA 허가를 받았다. 국내 도입은 아직 검토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