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섬유화는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질환 중 하나다. 현재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치료제가 단 하나뿐이며, 효과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이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 ‘19c’를 개발하며 해결책을 제시했다.
안진희 광주과학기술원(GIST) 화학과 교수(제이디바이오사이언스 대표)와 김하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공동 연구진은 간 섬유화 치료를 위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의약화학 저널(Journal of Medicinal Chemistry)’에 지난 6일 게재됐다.
간 섬유화는 세포 손상으로 인해 간에 세포외기질(ECM)이 과도하게 축적되면서 간 구조와 기능이 망가지는 질환이다. 세포외기질은 세포 외부에 존재하는 단백질과 다당류의 네트워크다. 주요 원인은 장기적인 알코올 남용과 비만으로 인한 대사질환, 자가면역성 간 질환, 바이러스성 간염 등이 있다. 간 섬유화가 심해지면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어 조기 치료가 필수다.
하지만 현재까지 FDA 승인을 받은 간 섬유화 치료제는 ‘레스메티롬(Resmetirom)’이 유일하다. 레스메티롬은 위약 대비 12~14%의 제한적인 개선 효과를 보인다. 따라서 간의 구조와 기능을 보존하고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메커니즘의 치료제 개발이 절실하다.
연구진은 간 섬유증 동물 모델에서 섬유화와 관련된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하고, 세포외기질의 축적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물질 ‘19c’를 발굴했다. 19c는 간에 존재하는 ‘간 별상 세포’에서 세로토닌 수용체 2B(HTR2B)의 작용을 차단해 섬유화 진행을 효과적으로 막는다.
연구진은 19c가 일으킬 수 있는 부작용도 최소화했다. 세로토닌은 중추신경계에서 행복감과 만족감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알려져 있지만, 5HT2B 수용체를 억제할 경우, 집중 장애나 충동성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뇌를 보호하기 위해 혈액과 뇌 사이에 있는 선택적 투과막인 ‘혈액-뇌 장벽’을 제한적으로 투과하도록 해 중추신경계에 미칠 수 있는 부작용을 낮췄다.
안진희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한 ‘19c’는 강력한 항섬유화 효능과 안전성을 동시에 갖춘 약물로, 간 섬유화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임상 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되면 실질적인 치료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Journal of Medicinal Chemistry(2025), DOI: https://doi.org/10.1021/acs.jmedchem.4c03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