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사이의 벽을 허무는 작업에 나선다. 고려대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운영하는 공동대학원처럼 대학과 출연연 간 인적·물적 칸막이를 없애 공공 연구개발(R&D) 생태계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19일 오후 고대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4차 인재양성전략회의를 열었다. 인재양성전략회의는 국가 차원의 종합적·체계적 인재양성정책을 수립·관리하고 범부처 인재양성 주요 정책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2023년 2월에 출범한 민·관협의체다. 관계부처 장관과 교육계·산업계·연구계 민간 전문가를 포함해 약 30명 규모로 구성・운영되고 있다.
제4차 회의의 핵심 안건은 ‘대학-출연연 벽 허물기 추진전략’이다. 대학과 출연연은 국가 R&D의 핵심 축이지만, 협력이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학과 출연연은 각각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장한다. 두 부처는 학·연 협력이 저조한 이유로 인력 교류 부족과 연구시설을 함께 활용할 시스템이 없는 점을 들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학·연 협력은 정부 R&D 과제에 기반한 단기적·일시적 협력이 위주로 과제가 종료되면 협력도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장기·안정적인 국가 R&D 성과 창출을 위한 협력 기반은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와 과기정통부는 대학과 출연연의 교류를 늘리기 위해 인적·물적 칸막이를 없애는 데 집중했다. 이미 50년 넘게 협력하고 있는 고대와 KIST의 공동대학원 같은 사례를 다른 대학과 출연연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고대-KIST 공동대학원은 고대 교원과 KIST 연구원이 입시위원회에 함께 참여해 학생을 선발하고, KIST 연구원에게 학기당 3학점 강의를 의무적으로 하게 해 인력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학생 지도에도 KIST 연구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제도를 만들었다.
정부는 이런 협력 사례가 늘어날 수 있도록 출연연 연구자가 대학 교원을 겸임하면 전임교원에 준하는 권한을 갖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대학 교원이 공동연구과제 없이도 출연연과 함께 연구할 수 있도록 인력교류비도 지원한다. 출연연의 우수 은퇴 연구원은 대학의 겸임·초빙 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도 개정한다.
대학과 출연연의 공동연구를 돕기 위한 공동연구실(JRL) 사업도 추진한다. 참여 연구원들이 서로 기관을 자유롭게 출입하고 연구 인프라를 활용해 시너지를 내도록 할 계획이다. 또 지역마다 연구장비를 공동으로 쓸 수 있도록 거점 허브를 두고, 연구장비를 함께 사용하면 다양한 인센티브도 주기로 했다.
공동 연구소기업에 대한 혜택도 늘린다. 현재 출연연이 만든 연구소기업의 경우 지분율 10% 이상 보유 규제가 있는데, 이런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해주는 방식이다.
교육부와 과기정통부는 ‘학-연 협력 추진 협의체’를 만들어서 대학과 출연연의 벽 허물기를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두 부처 간 교류도 강화한다. 과기정통부 연구산업진흥과와 교육부 산학협력취창업지원는 지난해부터 인사 교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