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환자의 모습./Pixabay

국내 연구진이 암 치료 효과를 높이고, 코로나19 백신과 같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치료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나노 기술을 개발했다.

염지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진이 나노 소재의 표면에 거울상 이성질체를 부여하는 ‘카이랄 나노 페인트’ 기술을 최초로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또한 연구진은 이 기술을 활용해 정현정 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진과 함께 메신저리보핵산(mRNA) 치료제의 전달 효율을 높이는 데도 성공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각각 국제 학술지 ‘ACS 나노’와 ‘ACS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앤드 인터페이시스’에 게재됐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과 디옥시리보핵산(DNA)은 카이랄성이라는 성질을 가진다. 카이랄성이란 왼손과 오른손처럼 거울에 비춰도 겹치지 않는 구조를 의미하며, 생체 분자가 특정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중요한 특성이다. 같은 성분이라도 카이랄성이 다르면 효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으며, 심한 경우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탈리도마이드라는 약물은 오른손형(R-형)과 왼손형(S-형) 두 가지 카이랄성을 가진다. R-형 탈리도마이드는 입덧 완화에 효과적이었지만, S-형 탈리도마이드는 태아 기형을 유발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카이랄성은 의약품 개발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였으나, 지금까지 카이랄 관련 연구는 저분자 수준에서만 머물러 있고 더 높은 수준의 바이오 소재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진은 어떤 나노 소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카이랄 나노 페인트’ 기술을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이용해 암 치료에 사용되는 자성 나노 입자에 카이랄성을 부여했다.

항암 온열 치료법은 암세포에 자성 나노 입자를 주입한 후, 자기장을 가해 열을 발생시켜 암세포를 파괴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암세포가 나노 입자를 더 많이 흡수해야 한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오른손형(D-카이랄성) 나노 입자가 왼손형(L-카이랄성)보다 암세포에 더 많이 흡수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 결과, 기존 치료법보다 항암 효과가 4배 증가했다.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세포 실험을 통해 카이랄성이 암세포와 나노 입자의 상호작용을 변화시켜 흡수율을 높인다는 원리도 밝혀냈다.

또한, 연구진은 카이랄 나노 페인트 기술을 mRNA 치료제에도 적용했다. mRNA 치료제는 세포에 유전 정보를 전달해 단백질을 직접 합성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지만, 전달체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연구진은 전달체에 카이랄성을 부여하자 mRNA의 세포 전달 효율이 2배 이상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염지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바이오 나노 소재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다양한 크기 및 모양을 가진 혁신적 나노 소재 합성 방법론을 제시했다”며 “앞으로는 이러한 카이랄 나노 소재를 활용해 암, 코로나 등 다양한 질병을 예방하는 백신부터 진단 및 치료하는 차세대 바이오 플랫폼 개발 및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ACS NANO(2025), DOI : https://doi.org/10.1021/acsnano.4c14460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2025), DOI : https://doi.org/10.1021/acsami.5c0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