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촬영한 우주비행사 부치 윌모어(왼쪽)와 수니 윌리엄스의 모습./AP 연합뉴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부치 윌모어와 수니 윌리엄스가 9개월간의 국제우주정거장(ISS) 체류를 마치고 마침내 지구로 돌아온다. 이들은 당초 8일 일정으로 떠났지만, 탑승했던 보잉사의 우주캡슐 ‘스타라이너’의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귀환 일정이 9개월가량 미뤄졌다. 두 사람과 임무를 교대할 우주비행사들을 태운 스페이스X의 우주캡슐 드래건은 지난 16일 우주정거장과 도킹에 성공했다. 윌모어와 윌리엄스는 오는 19일 귀환길에 오를 예정이다.

교대 인원과 만난 두 사람은 겉으로는 건강해 보였다. 하지만 오랜 기간 무중력 환경에서 머물렀던 탓에 신체 내부는 다양한 변화를 겪었을 가능성이 크다. NASA와 과학자들은 이미 장기간 우주 체류가 근육과 뼈의 약화, 신경계 변화, 면역력 저하 등 여러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왔다. 윌모어와 윌리엄스의 경험은 향후 우주 탐사, 특히 화성과 같은 먼 행성을 탐험하기 위한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무중력이 남긴 흔적, 근육과 뼈의 약화

우주 환경에서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신체 부위는 근육과 뼈다. 지구에서는 중력이 몸을 잡아주지만, 우주에서는 그럴 수가 없어 근육과 뼈가 빠르게 약해진다. 일반적으로 단 2주만 지나도 근육량이 20% 감소할 수 있으며, 3~6개월 이상 체류할 경우 최대 30%까지 줄어들 수 있다. 뼈도 마찬가지로 매달 1~2%씩 밀도가 낮아져 6개월 뒤에는 최대 10%까지 줄어들 수 있다. 지구에서 노화로 인해 뼈 밀도가 연간 0.5~1% 감소하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빠른 속도다.

이를 막기 위해 ISS에 머무는 우주비행사들은 하루 2시간 30분씩 강도 높은 운동을 한다. 러닝머신, 저항운동 장치 등을 활용해 근육과 뼈를 유지하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운동법만으로는 근육과 뼈의 손실을 완전히 예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강한 저항운동과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무중력 환경에서는 척추가 늘어나면서 키가 약간 커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허리 통증이 생길 수 있고, 지구로 돌아오면 디스크 위험이 증가할 수도 있다. NASA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는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지만, 경우에 따라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무중력 환경에서는 신체 활동이 줄고, 식습관이 변화하면서 체중 감소도 흔하게 나타난다. NASA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는 2015년 3월부터 340일 ISS에 머물렀다. 과학자들은 같은 기간 지구에 있었던 일란성 쌍둥이 마크 켈리와 비교해 우주 생활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2019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우선 스콧은 우주에 머무르는 동안 체중의 7%를 잃었다. 이는 우주에서 식단이 변하면서 신진대사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됐다. NASA는 우주비행사들이 건강한 체중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장내 미생물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우주 환경이 뇌와 감각에 미치는 영향

우주에서의 혈액 순환 방식도 지구와 다르다. 중력이 사라지면서 혈액이 몸 전체로 균등하게 흐른다. 그만큼 머리에 지구에 있을 때보다 피가 많이 몰려 두개골 내 압력이 증가하면서 시신경이 눌린다.

NASA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는 망막 부종(부기), 시력 저하, 안구 구조 변형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영구적인 시력 손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씨가 지난 2008년 ISS에서 ‘우주 안면부종’ 측정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무중력 환경에서 혈액과 체액이 상체로 쏠려 얼굴이 붓고 안구가 돌출되는 현상을 분석하는 연구다.

이러한 증상은 ‘우주 시력 장애(SANS)’로 불리며, 우주비행사의 60% 이상이 시력이 흐려지는 경험을 한다. 일부는 지구로 돌아온 후 몇 개월 내에 시력이 회복되지만,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 사례도 있어 이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무중력 환경에서는 인간의 신경계 역시 새로운 방식으로 적응해야 한다. ISS에서 장기 체류한 우주비행사들의 연구 결과, 뇌에서 운동 기능과 공간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 연결망이 변화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러시아 우주비행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169일 동안 ISS에 머문 우주비행사의 뇌신경 연결이 변화했으며, 특히 균형 감각을 담당하는 전정 피질이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뇌의 일부 공간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도 관찰됐으며, 이러한 변화가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최대 3년이 걸릴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장기 체류한 우주비행사들은 지구 귀환 후 수개월 동안 인지 속도가 느려지거나 반응 속도가 감소하는 현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구의 중력 환경에 다시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340일간 머무른 뒤 귀환한 우주인 스콧 켈리(오른쪽)와 지구에 남아 있었던 쌍둥이 형 마크 켈리./NASA

◇피부와 면역 체계, 유전자에도 영향 있어

우주에서의 생활은 피부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NASA의 연구에 따르면, 장기 체류한 우주비행사들은 피부 감각이 민감해지고, 피부 건조 및 가려움증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무중력 환경에서 피부가 지속적인 마찰을 경험하지 않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면역 체계도 영향을 받는다. 연구에 따르면, 우주 체류 중 백혈구 수치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방사선 노출과 신체적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NASA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우주비행사들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면역력을 유지하기 위한 보충제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우주 환경이 면역 체계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

우주 환경은 인간의 유전물질인 디옥시리보핵산(DNA)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DNA의 끝부분에 있는 텔로미어는 염색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짧아진다. 우주에서는 반대로 텔로미어가 길어지는 현상이 관찰됐다.

그렇다고 우주 체류가 수명을 연장한 것은 아니다. 스콧 켈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우주 체류 중 텔로미어가 길어졌다가 지구 귀환 후 급격히 짧아지는 현상이 확인됐다. 과학자들은 우주 방사선 노출이나 신체적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현재 노화와 건강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연구하기 위한 추가 분석을 하고 있다.

참고 자료

Science(2019),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au8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