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바이오 스타트업이 개발한 폐암 신약물질이 바이오 업계의 ‘딥시크 모먼트’를 확산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독보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중국의 자원과 인재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딥시크가 갑자기 등장한 것처럼 바이오 분야에서도 중국의 활약이 두드러진다는 의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바이오 기업 아케소가 개발한 폐암 신약 물질 ‘이보네시맙’이 이달 초 열린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소개되면서 다시 한 번 관심을 끌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양회에서 이보네시맙을 소개하며 아케소의 항암제 개발이 AI분야에서 딥시크가 불러일으킨 것과 같은 충격을 바이오 분야에서 만들었다고 했다.
아케소는 지난해 9월 공개된 임상 3상 결과에서 세계 1위 면역 항암제인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 대비 종양 진행 위험을 49%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약 투약한 환자들 중 절반이 무진행 생존기간(PFS·증상 악화를 겪지 않는 기간) 중앙값 11.1개월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키트루다의 PFS 5.8개월을 2배 가까이 뛰어넘은 것이다.
이보네시맙은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식별하고 제거하도록 돕는 PD-1 억제제 계열의 면역항암 치료제다. 중국 벤처캐피털 펀드인 프리즈 펀드는 최근 연구 보고서에서 아케소의 약효가 향후 임상 시험에서 검증되면 중국이 PD-1 분야에서 미국보다 3년 앞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는 중국의 해당 분야 연구 속도가 미국보다 5년가량 늦다는 것이 정론이었다.
이보네시맙을 만든 아케소는 2012년 중국 광동성 증산시에서 설립된 기업으로, 약 2000만위안 약 40억 원)의 엔젤 투자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방 정부로부터 임대료와 보조금, 장비지원 등을 받아 중국 내에서는 ‘정책의 승리’를 보여준다는 평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