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연간 60만 명이 진단받는 자궁경부암은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암 중 하나다. 국내 연구진이 자궁경부 줄기세포의 특성과 발달 과정을 밝혀내고, 유산균이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정영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뉴바이올로지학과 교수 연구진이 자궁경부 줄기세포의 정체와 분화 과정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고, 유산균이 자궁경부암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정근오 칠곡경북대병원 교수, 이민호 동국대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진과 공동 연구로 진행됐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적으로 네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여성암이다. 주된 발병 원인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로, 선진국에서는 백신 접종을 통해 발생률이 급감했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 어려운 저개발 국가에서는 여전히 높은 발생률을 보여 새로운 예방 방법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자궁경부암 치료법을 찾기 위해 먼저 사람 줄기세포를 쥐의 혀에 이식하는 실험 모델을 개발했다. 보통 사람 세포를 동물에 넣으면 면역체계가 이를 공격하는데, 이 실험용 쥐는 면역 기능이 약해져서 사람 세포를 거부하지 않는다. 이를 사용해 줄기세포가 몸속에서 잘 자라는지 관찰할 수 있고, 치료제가 얼마나 효과적인지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정상적인 자궁경부 조직과 전암(前癌) 상태의 조직을 오가노이드(미니 장기) 형태로 실험실에서 키우는 데에도 성공했다. 오가노이드를 관찰하면 사람 자궁경부 줄기세포의 정체와 분화 과정을 규명할 수 있다.
새로운 동물 모델과 자궁경부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줄기세포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인유두종바이러스가 줄기세포보다는 분화가 시작된 전구세포를 증식시킨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과정이 자궁경부암 발생의 주요 원인이었다.
또 연구진은 자궁경부암에 대한 유산균의 효과도 검증했다. 유산균은 여성의 질 내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유익균으로, 이전에는 이미 발생한 자궁경부암 세포를 억제하는 효과만 알려져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유산균이 암이 발생하기 전 단계에서부터 암의 진행을 억제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밝혔다. 유산균이 젖산을 분비해 인유두종바이러스의 영향을 감소시키고, 정상 줄기세포의 자기복제와 암세포로의 변환 과정을 억제했다.
정영태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유산균이 자궁경부 건강 유지와 자궁경부암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향후 이를 기반으로 자궁경부암 예방 기술 개발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8일 게재됐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5),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5732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