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분야에서 한국과 미국의 임금 격차가 8배가 납니다. 투자는 시장과 연계돼 있는데, 기술에 걸맞는 마케팅을 하지 못하면 연구자의 처우도 개선하기 힘듭니다. 기술사업화를 강조하고, 출연연의 기술을 사고 팔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도 이런 저변을 만들려는 노력입니다.”

지난 17일 세종특별자치시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집무실에서 만난 김영식 이사장은 NST가 준비하고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기술사업화 플랫폼 ‘NS MaP’ 구상을 소개했다. ‘NS MaP’은 ‘Needs Supply Matchmaking Platform’의 약자로 ‘시장(기업)의 수요와 출연연이 가진 기술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란 뜻이다. 김 이사장은 “기업과 출연연이 기술사업화 성공이라는 동일한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함께 찾아보는 지도를 만들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은 17일 세종국책연구단지 NST 집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출연연 기술사업화 플랫폼 'NS MaP' 구상을 밝혔다./NST

NST는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지원, 육성하고 관리하기 위해 설립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이다. 올해 핵심 과제는 기술사업화 체계 개편이다. 30조원에 달하는 정부 연구개발(R&D) 투자가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출연연이 기업의 수요를 파악해 실제 산업과 기업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도록 하고, 그렇게 개발한 기술은 기술이전이나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고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아무리 좋은 기술을 잘 만들어도 마케팅이 실패하면 다 실패하는 것”이라며 “팔 데가 없는 기술은 의미가 없다. 기술 개발에서 마케팅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는 된다”고 강조했다.

출연연 연구자들도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 잘 팔리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문제는 연구자들이 기업에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개발한 기술을 잘 팔 수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김 이사장은 NST가 준비하는 플랫폼이 연구자와 시장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연구만 해온 연구자들에게는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어떻게 시장에 팔 수 있을지 출구가 보이지 않고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다”며 “NS MaP은 출연연에게 시장과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최적의 경로를 알려주고, 기업에게는 출연연이 보유한 우수 기술에 접근해 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성장 경로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NST는 온라인 쇼핑몰 쿠팡처럼 출연연 기술을 한 데 모아 수요자에게 연결하는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자유롭게 원하는 기술을 찾아보고 사고 팔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출연연 기술이전 전담조직(TLO)이나 벤처캐피탈(VC) 같은 연결자도 참여해 출연연과 기업 사이를 연결해주는 역할도 맡는다. 김 이사장은 “기술 공급자와 수요자, 연결자가 인적 네트워크로 어우러지는 놀이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NST는 올해 연말까지 일단 바이오, 양자, AI(인공지능)반도체 같은 국가전략기술을 중심으로 NS MaP을 공개할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출연연이 연구의 시작점에서부터 기술사업화라는 끝점을 알고 연구를 시작할 수 있게 돕겠다”며 “출연연 개별 TLO에서 어려움을 겪는 지적재산권, 기술이전 협상, 계약지원 같은 변리 업무도 NS MaP을 통해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젊은 연구자들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처우를 개선하고, 사기를 높이는 제도 개선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젊은 연구자들이 출연연을 떠나는 데에는 대학이나 기업보다 낮은 처우와 연구비, 지원제도 부족에 따른 박탈감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며 “연구 자율성과 업무 성취감을 높이고, 보수·복지를 개선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과학기술이 시대의 변화를 일으키는 주된 동인이지만, 의사결정 과정에 과학기술인이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과학기술인이 국가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위치에 많이 포진하면 우수 인재도 과학기술계로 모이는 선순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NST가 과학기술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위상을 높이고 정책기획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