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날숨을 이용해 폐암을 조기 선별검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임상에서 95%의 정확도를 보였다. 방사선 위험 없이 간단하면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폐암을 조기에 선별검사할 수 있어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날숨을 통해 폐 속 암세포 덩어리에서 발생하는 다종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감지하는 센서 시스템과 이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분석해 폐암 환자를 판별하는 인공지능(AI) 딥러닝 알고리즘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센서와 엑츄에이터 B: 케미컬(Sensors and Actuators B: Chemical)’에 지난해 6월 게재됐다.
앞서 연구진은 2019년 호흡을 이용해 폐암을 발견하는 ‘전자코’를 개발한 바 있다. 사람의 코가 신경세포를 통해 냄새를 맡는 것에 착안한 기술로, 호흡 가스가 들어오면 전자센서소자로 마치 사람의 코처럼 냄새를 맡아 전기적 신호로 바꾸고 AI 딥러닝 학습을 통해 질병 유무를 판단, 검진할 수 있다. 다만 전자코 기술의 폐암 진단 정확도는 약 75%로 실제 현장에서 선별검사에 적용할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사람의 호흡만으로 간단하게 폐암 선별검사가 가능하다. 우선 검진자의 날숨을 비닐 키트에 담는다. 날숨이 찬 테플론 기반 봉투와 탄소흡착 튜브 막대기를 연결하면 호흡 중 배출되는 여러 가스 성분이 막대기에 붙는다. 다시 막대기를 폐암 조기진단 시스템에 집어넣고, 날숨의 구성성분과 탄소튜브 막대기에 붙은 호기 내 VOCs 양에 따라 달라지는 전기 신호를 얻는다. 이를 AI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학습, 분석하면 폐암 발병 여부를 판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연구진은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연구진과 함께 10여 년간 폐암 환자 107명과 정상인 74명의 임상시료 날숨을 채취해 표준기기와 가스센서를 통해 분석한 뒤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AI 딥러닝 알고리즘 모델을 개발해 적용한 결과, 날숨 채취 후 20분 내로 폐암 환자를 95% 이상의 정확도로 현장 선별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기존 면역진단과 분자진단의 장점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차세대 폐암 조기진단 기술”이라며 “기존 병원 진단 장비에 비해 제작 비용이 저렴하고 빠르며, 기존 의료 장비(저선량 폐 CT검사) 가격 대비 정확도가 높은 데다 편의성도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술은 향후 의료기기 업체에 기술이전과 출자를 통해 상용화될 예정이며, 연구진은 후속 연구를 통해 1000례 이상의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해 재현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대식 ETRI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이 상용화되면 폐암 환자의 조기 선별검사를 통해 치료율과 생존율을 높일 것”이라며 “관련 의료기기 분야에서 국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정부의 건강보험료 지출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상훈 교수는 “임상 규모를 확대해 시스템 재현성, 신뢰성을 개선하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스템을 고도화해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Sensors and Actuators B: Chemical(2024), DOI: https://doi.org/10.1016/j.snb.2024.1355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