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감량을 돕는 약물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GLP-1RA)’가 다양한 질환에서 효과를 보이며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GLP-1 기반 비만 치료제가 모두의 기대처럼 만병 통치약이나 기적의 약물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 연구에서 GLP-1 기반 비만 치료제가 다양한 효능과 함께 부작용도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학과 미 재향군인청 세인트루이스 의료시스템 연구진은 당뇨병 환자 240만 명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해 GLP-1RA 약물이 신체 여러 기관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는 21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게재됐다.
GLP-1RA는 식욕을 억제하고 소화 속도를 늦추며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도록 돕는다. 오젬픽과 위고비, 마운자로와 같은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으며, ‘기적의 주사’라고도 불린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과 골관절염,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다양한 질환에도 효능이 있다고 보고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약물의 사용이 확대되면서 자살 충동,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 부작용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연구진은 미국 재향군인청의 데이터를 활용해 GLP-1RA가 신체 여러 기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2017년 10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수집된 당뇨병 환자 240만 명 이상의 익명화된 의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 GLP-1RA는 42가지 건강 문제의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19가지 건강 문제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GLP-1RA를 사용한 환자는 혈전 형성이나 심장마비,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 질환, 대사 질환의 위험이 낮았다. 세균 감염이나 폐렴이 발생할 위험도 낮았다. 특히 GLP-1RA는 신경과 행동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약물을 복용한 사람들은 발작이나 알코올, 대마초, 자극제, 아편류 등에 대한 중독 위험이 낮았고 자살 충동, 자해, 폭식증, 조현병과 같은 정신병적 장애의 발생률도 낮았다. 또 치매와 같은 신경인지 장애가 발생할 위험도 줄었다.
지야드 알-알리 워싱턴대 연구원은 “GLP-1RA 약물이 충동 조절과 중독에 관여하는 뇌의 수용체에 작용해 식욕과 중독 장애를 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뇌 염증을 줄이고 체중 감량을 유도하면서 치매와 같은 뇌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GLP-1RA 약물이 여러 건강 문제를 개선했으나 그 효과는 대부분 10~20% 정도의 감소로 비교적 미미했다고 언급했다. 알-알리 연구원은 “효과가 크지 않더라도, 치매처럼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거의 없는 질환에서는 큰 가치가 있다”며 “다른 약물과 함께 쓰이거나 생활 방식의 변화와 병행될 때 시너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다만 GLP-1RA와 관련된 부작용도 다수 확인됐다.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복통 등 기존에 잘 알려진 위장 장애 외에도, 저혈압, 실신, 관절염, 췌장염, 신장 문제가 추가로 보고됐다. 특히 연구진은 신장 문제는 초기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에 환자 상태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는 GLP-1RA의 광범위한 적용 가능성을 강조하면서도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들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면서도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로 결과 간 상관관계를 보여주지만 인과관계를 명확히 증명하지 못하는 만큼, 다양한 인종과 성별을 포함한 추가 임상 연구를 통해 장기적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Nature Medicine(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4-03412-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