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이차전지 중 하나인 나트륨(소듐) 이온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2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정과 리튬 가격 폭등 이후 나트륨 이온 배터리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기술로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리튬 이온 배터리를 대체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를 포함한 프로젝트 연구진 ‘스티어(STEER)’는 나트륨 이온 배터리가 리튬 이온 배터리를 상대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단순한 생산 규모 확대보다는 여러 기술 혁신과 시장 여건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에 13일 공개됐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비용 면에서도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 나트륨은 매장량이 리튬의 1000배 이상으로 많고, 채굴과 정제가 상대적으로 쉽다. 또 나트륨은 리튬보다 반응성이 낮아 전지 내부의 전기화학적 안정성이 높고, 낮은 온도에서도 성능이 잘 유지된다. 하지만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낮고, 수명이 짧으며 제조 과정이 까다로워 상용화에 제약이 있었다.
연구진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 상용화 시나리오를 6000개 이상 놓고 경제적 가능성을 점검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도 고민했다. 연구진은 “많은 배터리 기업이 나트륨 이온 배터리 생산을 확대해 가격을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생산 규모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대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신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나트륨 이온 배터리 설계에서 핵심 소재를 최적화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가장 중요한 것은 니켈 같은 고가 금속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면서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것”이라며 “리튬-철-인산(LFP)으로 알려진 리튬 이온 배터리의 저가형 형태와 경쟁하려면 리튬-철-인산과 비슷한 에너지 밀도를 구현하면서 가격을 낮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시장 변화가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중국이 리튬 이온 배터리에 사용되는 주요 원료인 흑연의 수출을 제한할 경우,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시장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흑연 공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2월 3일 중국은 미국에 대한 흑연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갈륨과 게르마늄, 안티몬을 포함한 광물의 수출도 금지한 바 있다.
연구를 이끈 윌리엄 추(William Chueh) 프리코트 에너지 연구소(Precourt Institute for Energy) 이사는 “배터리 가격만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봐야 한다”며 “전기차나 대규모 에너지 저장 시스템에서 안전 비용과 같은 추가적인 요인도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Nature Energy(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60-024-017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