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일대에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너무 추워서 롱패딩을 개시했습니다. 근데도 추위가 옷을 뚫고 들어와 출근길이 힘듭니다.
직장인 이윤석씨, 28세

전국 곳곳에 눈발과 강풍이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한파가 연말연시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북극에 모여있던 한파가 중위도로 내려와 한동안 한반도에는 강추위가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아침 기온은 섭씨 –15~3도로, 13일 아침 기온 섭씨 –4~4도보다 뚝 떨어졌다. 한파는 이날 조금 누그러진 뒤, 16일부터는 더 크고 강하게 몰려와 주말 중에는 강한 바람과 추위를 동반한다. 현재 기상청은 한파로 인한 혹독한 추위가 연말연시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파가 몰려온 것은 ‘북극 진동’ 때문이다. 북극 진동은 10킬로미터(km) 상공에서 시속 180킬로미터로 움직이는 북극의 제트기류가 강약을 되풀이하는 것을 의미한다. 북극의 차가운 제트기류와 중위도의 기류 사이 온도 차이가 크면 클수록 바람 세기가 세지는 원리다. 이로 인해 북극 지역의 찬 대기가 중위도로 내려오고, 중위도 지역의 따뜻한 대기가 올라가게 된다.

통상적으로 중위도로 내려온 한파는 북극이 다시 차가워지면 다시 고위도로 이동한다. 겨울철 사흘 춥고, 나흘은 상대적으로 따뜻하다는 의미의 ‘삼한사온’도 이 같은 원리에서 나온 것이다. 북극 진동으로 인한 한파는 북극을 중심으로 5~7개의 파동을 형성하기 때문에 중위도 국가 사이에서도 온도 차이가 있다. 한국이나 영국은 현재 한파가 심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따뜻한 겨울이 지속되고 있는 현상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다만 이번 한파는 한반도에 갇힌 상태로 남아 있어 추위가 언제 끝날지 예상하기 어렵다. 북극 기온이 올라가고 러시아 우랄산맥 부근에 거대하고 강력한 고기압이 형성되면서 공기 흐름이 막히는 ‘블로킹’ 현상이 발생한 탓이다. 주기적으로 찬 공기가 북극과 한반도 사이를 오가야 하지만, 공기 흐름이 막히면서 한파가 한동안 한반도 상공을 맴돌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평년보다 2.9도 따뜻했던 기온도 한파의 규모를 키우는데 한몫했다. 지난달 중·하순에는 북쪽의 찬 대륙고기압이 평년보다 약했다. 대신 따뜻한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으면서 한반도 기온이 크게 올랐다. 이에 제트기류로 쌓였던 북극 찬 바람이 중위도로 쏟아졌다.

기상 전문가는 현재로서는 한파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예단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블로킹 현상이 끝나는 시점을 언제까지 이어질지 기간을 길게 두고 예보하기엔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명예교수는 “일반적으로 겨울철에는 눈이나 비 같은 저기압이 지나가면 다시 따뜻해지는 날씨지만, 북극 기온 상승으로 한파가 한반도에 갇힌 상태”라며 “블로킹으로 제자리에 돌고 있는 한파가 짧게는 열흘에서 길게는 2주까지 언제 떠난다고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