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리(열량) 부담이 없는 ‘제로 음료’도 과다 섭취하면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설탕 대신 들어가는 아스파탐이 신경세포를 자극해 혈당은 오르지 않으면서도 인슐린을 분비해 혈관 건강을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하이 차오(Yihai Cao)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교수 연구진은 20일 국제 학술지 ‘셀 메타볼리즘’에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혈관에 염증을 유발하고 동맥경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인공감미료는 설탕을 대신해 단맛을 내는 데 쓰이는 물질이다. 대체당이라고도 한다. 아스파탐이 대표적이며 에리스톨, 스테비아도 인공감미료로 널리 쓰이고 있다. 설탕보다 단맛은 강하면서도 열량은 없어 최근 제로 음료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제로 탄산음료 시장은 2018년 1630억원에서 2023년 1조2780억원으로 5년간 7.84배 늘었다.
연구진은 인공감미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생쥐에게 12주간 매일 아스파탐 0.15%가 들어 있는 음식을 먹인 후 혈액과 혈관 상태를 확인했다. 생쥐에게 먹인 아스파탐의 양은 인간 성인 기준으로 환산하면 매일 제로 음료 3캔을 마시는 것과 같은 양이다.
실험 결과, 아스파탐의 섭취량이 늘면서 생쥐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량이 늘고, 혈액의 인슐린 수치가 올랐다. 인슐린은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주로 설탕이나 쌀처럼 당분이 포함된 음식을 먹은 뒤 혈당이 오를 때 많이 분비된다.
연구진은 당분이 아닌 아스파탐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이유를 단맛 감지 신경에서 찾았다. 아스파탐이 혈당을 올리지 않더라도 단맛을 감지하는 신경 세포를 자극하고, 췌장에서 인슐린의 분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인슐린 분비가 늘면서 혈관 건강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슐린은 혈관 세포에서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신호를 활성화해 면역세포를 과도하게 모았다. 면역세포가 모이면 혈관 내에 지방 덩어리를 만들어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인간과 같은 영장류인 원숭이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다만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하지 않은 만큼 아스파탐 과다 섭취가 인간에서도 동맥경화를 유발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 아스파탐을 제외한 다른 종류의 인공감미료에 대한 실험도 이뤄지지 않아 인공감미료 종류에 따른 인체 영향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차오 교수는 “인공감미료가 심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며 “인공감미료는 거의 모든 음식에서 사용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섭취했을 때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전문가들은 아스파탐 섭취량이 과도하지 않다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조언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와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2023년 아스파탐의 1일 섭취 허용량을 유지한다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아스파탐의 1일 섭취 허용량은 몸무게 1㎏당 40㎎이다.
참고 자료
Cell Metabolism(2025), DOI: https://doi.org/10.1016/j.cmet.2025.0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