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 서울 YTN 뉴스퀘어 미디어홀에서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단 2025년 대표과제 성과보고회가 열렸다. /사업단 제공

국내·외 의료 현장의 치료 한계를 해결할 혁신 의료기기들이 국내에서 나오고 있다.

세계 최초로 안구를 10초 만에 정밀하게 냉각 마취하는 기술, 세계 최초로 안압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스마트 콘택트렌즈, 배아 발달 상황과 임신 가능성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설루션, 췌장암 항암제 전달 효과를 향상하는 고강도 집속 초음파 치료기기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국내 기업과 연구자들이 도전해 거둔 결실로, 정부도 여기에 힘을 보탰다. 앞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이하 사업단)은 11일 YTN 뉴스퀘어 미디어홀에서 올해 10대 대표 과제 성과보고회를 개최했다.

사업단은 국산 혁신 의료기기 개발 지원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4개 부처가 2020년 공동으로 설립한 국책기관이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총 1조 2000억원을 투입해 의료기기 기술 연구·개발부터 임상·인허가, 제품화에 이르는 전 주기를 지원하고 있다.

성과보고회는 이 사업을 통해 지원받은 연구과제 중 우수한 성과를 낸 과제들을 표창하고 주요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로, 올해 3회차를 맞이했다. 이번 10대 대표 과제는 3대 핵심 지표인 연구 개발 수행의 적절성, 기술·의료 분야의 파급효과, 사회·경제 분야의 파급효과를 기준으로 46개 기업에서 제출한 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됐다.

◇ AI·디지털 기술 활용해 질병 치료 난제 해결

이번에 선정된 우수 성과 10대 대표 과제는 ▲안과 급송냉각 마취기기(리센스메디컬) ▲경도인지장애 개선 디지털치료기기(이모코그) ▲녹내장 안압 실시간 모니터링 스마트 콘택트렌즈(화이바이오메드) ▲난임 치료 성공률 형성을 위한 AI 배아 분석 디지털치료기기(카이헬스) ▲뇌 질환 환자 맞춤형 난치성 시각장애 디지털치료기기(뉴냅스) ▲완전 자동화 AI 세포 분석 암 진단기기(노을) ▲췌장암 항암제 전달 효과 향상이 가능한 고강도 접속 초음파 의료기기(아이엠지티) ▲이동형 토모신세시스(제이피아이 헬스케어) ▲심근치료용 최소 침습형 카테터(타우메디컬) ▲AI 기반 패치형 웨어러블 심장질환 관리시스템(씨어스 테크놀로지) 등이다.

리센스메디컬은 세계 최초로 안구를 10초 만에 정밀하게 냉각 마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약품을 쓰지 않고, 오직 온도만 세밀하게 조절해 순식간에 신경을 마취시킨다. 시술 부위에 약 10초 접촉하기만 하면 마취가 돼 세포 손상이나 약물 부작용도 없다. 기존에 약물을 이용한 화학적 마취 방식은 마취 효과가 나타나는 데 1분 이상 걸려 효율성이 낮고, 안구 건조와 따가움 등의 부작용이 따랐다.

리센스메디컬이 개발한 세계 최초 안과 급속냉각 마취기기. /사업단

김건호 리센스메디컬 대표는 “기존 방식과 비교해 환자의 80%가 이 기술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드 노보(De Novo) 심사 절차를 통해 승인을 받았다”며 “현재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미국을 비롯한 여러 학회와 인허가 컨퍼런스에서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 노보는 비슷한 선행기술이 없는 신기술 의료기기에 적용되는 FDA의 허가 제도다.

화이바이오메드는 녹내장 안압을 지속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했다. 기존 녹내장 안압 측정 방식은 병원에서 일회성 검사로 진행돼 변동이 심한 안압을 꾸준히 측정하기 어려웠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신소재공학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국내 최대 콘택트렌즈 제조사인 인터로조와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무선으로 구동되는 녹내장 안압 진단 시스템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해 녹내장 안압 감지를 위한 센서·소재 개발을 완료했다. 기존 스마트 콘택트렌즈 기반 안압 측정 기술은 병원 입원 상태에서 피부에 디바이스를 부착한 후 측정해야 해 일상생활에서 활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화이바이오메드는 스마트 콘택트렌즈 내부에 삽입되는 전자 소자, 안테나, 전극 등을 집적화하는 공정을 최적화하고 있다. 현재 실용화를 위한 안전성·인허가 시험을 준비 중이다. 연구진은 연내 비임상 평가를 완료하고, 빠르면 2027년 스마트 콘택트렌즈 시스템을 상업화할 계획이다.

화이바이오메드가 개발한 녹내장 안압 실시간 모니터링 스마트 콘텍트렌즈. /사업단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카이헬스는 난임 시술 시 생성되는 배아를 분석하는 AI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비타 엠브리오(Vita Embryo)를 개발했다. 난임 치료의 성공이 양질의 배아 선별에 달려있는데, 기존에는 의료진의 주관적 판단으로 배아를 선별했다. 이로 인해 난임 시술의 평균 성공률이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카이헬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기반 배아 선별 기술을 개발했다. 학습된 AI가 배아의 질을 평가해 점수를 부여하면, 의료진이 이를 참고해 최종적으로 배아를 선별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보다 객관적이고 정밀한 배아 선택이 가능해져 난임 치료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성공률이 높아지면 시술 횟수가 줄어 경제적 부담을 완화할 뿐 아니라,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기술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3등급 의료기기로 지정받았으며, 지난해 분당서울대병원과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올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심사를 거쳐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진출도 준비 중이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며, 2026년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목표로 2027년부터는 본격적인 매출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냅스는 신경계 질환 후유증으로 인한 시야 장애를 개선하는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치료 기술을 개발했다. 뇌졸중 환자의 약 20%가 뇌 손상으로 시야 일부가 손상된다. 왼쪽 뇌에 시야장애가 있는 경우 오른쪽 눈의 시야가 제한되는 식이다. 뉴냅스는 눈이 아닌 뇌의 신경 회로를 활성화하는 접근법을 채택해 시지각 학습을 반복 훈련해 새로운 시야 확보를 유도한다.

AI를 활용해 환자별 맞춤형 훈련 과제를 설계하고, 난이도와 훈련 위치를 자동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가상현실(VR) 기술을 적용해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훈련이 가능하며, 실시간 모니터링·피드백 시스템도 제공한다. 지난해 4월 식약처 허가를 받아 같은 해 6월 보건복지부 혁신의료기술로 지정돼 서울아산병원에서 처방이 시작됐다. 현재 국내 시장 확대와 함께 CE 인증을 통해 독일·일본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며, 미국 FDA 드 노보 심사 절차를 통해 허가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모코그가 개발한 디지털 인지 치료기기 코그테라는 유럽 의료기기 승인을 획득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그테라는 고령자가 대화형 방식으로 직접 인지 훈련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용자의 인지 기능 저하 영역을 분석해 맞춤형 난이도를 제공한다. 경제성과 유효성을 동시에 고려해 약물 치료와 병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지속적인 치료 참여 여부·효과 개선 여부를 모니터링하며, 장기간 사용성과 치료 효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에서 진행한 임상시험을 기반으로 국내 최초로 유럽에서 의료기기 승인을 획득해 지난해 12월 혁신의료기기 승인을 받았다.

아이엠지티는 2010년 이학종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벤처다. 집속초음파 기술과 나노입자 기술을 융합해 췌장암 항암제의 전달 효과를 높이는 고강도 접속 초음파 치료기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김법민 사업단장은 “이번 10대 대표 과제는 범부처와 사업단의 밀접한 협력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 세계 시장 선도를 목표로 개발된 혁신적인 의료기기들이 선정됐다”며 “정부의 R&D 지원이 의료기기 산업 발전을 견인하는 것과 더불어, 국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부의 R&D 지원이 의료기기 산업 발전을 견인하고, 국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업단은 오는 3월 열릴 제40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KIMES 2025)에 10대 대표 과제 홍보 부스를 설치하고, 성과 포스터 및 장비 등을 전시해 의료기기 관계자들에게 제품 시연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