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확대 발표 이후 의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의사들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면허 취소 등 강경대응을 강조하고 있지만, 의사들 사이에서는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며 “의사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어이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발상이고, 문제는 그 재앙적 결과가 국민의 몫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앙은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주수호 전 의협 회장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의사 알기를 정부 노예로 아는 정부”라거나 “정부는 (의협) 회원을 겁박하는 치졸한 짓을 즉각 중지하라”는 등의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도 “더 이상 의사들을 범죄자 소탕하듯이 강력하고 단호하게 처벌하려 하지 말라”며 “더 이상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 응급의료 현장을 떠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의협은 설 연휴 직후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15일에 전국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17일 서울에서 전국 의사대표자회의를 열 방침이다.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이 의협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대형 의료기관의 핵심 인력인 전공의도 집단행동에 참여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공의단체는 이날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앞서 대전협이 전공의 1만여명을 대상으로 단체 행동 참여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8.2%가 참여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빅5′로 불리는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의 전공의들은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집단행동 참여를 결정하기도 했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은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하면 업무 개시를 명령할 수 있고, 여기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자격 정지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형도 받을 수 있다. 개정 의료법은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했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의사들이 따르지 않으면 의사 면허를 박탈할 수 있는 셈이다.
응급의료법, 공정거래법, 형법도 적용할 수 있다. 실제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집단휴진을 주도한 당시 의협 회장은 공정거래법과 의료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면허가 취소됐다. 당시 법원은 “사업자 각자의 판단에 의하지 아니한 사유로 집단휴업이 발생하고 일반 국민의 의료기관 이용에 큰 지장이 초래되었으므로, 의사들 사이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 보지 아니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의사들의 집단행동 가능성에 대해 “만약 불법 집단행동을 하면 관련 법에 따라 단호히 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료계에서도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다. 보건의료인 단체인 더좋은보건의료연대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응원과 지지를 보인다”는 입장을 발표했고, 대한병원협회(병협)도 의대 증원에 찬성했다. 다만 규모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병협은 “병원계는 국가 미래 의료와 적절한 의학교육의 질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에 의대 증원 규모를 재고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다.
차기 의협 회장 후보인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 지부 대표도 의대 증원에 찬성의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