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열풍을 일으킨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약물의 약효 기간을 두 배 늘릴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기존 치료제보다 투약 용량도 줄일 수 있어 부작용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브래들리 펜텔루트(Bradley Pentelute)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교수 연구진은 “GLP-1 유사체를 항체와 결합해 인체 내에서 분해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날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화학회(ACS) 춘계학술대회에서 공개됐다.
GLP-1은 인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주로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하며, 뇌 시상하부의 신경세포를 자극해 식욕을 떨어뜨리고 포만감을 유발한다. 제약사들은 처음에 이를 모방해 당뇨 치료제로 개발했다가,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해 비만 치료제로 발전시켰다. 미국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와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가 대표적인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다.
GLP-1 유사체는 단백질 성분인 펩타이드로 구성돼 인체에서 빠르게 분해된다는 한계가 있다. 그만큼 효능이 떨어지고 효과 지속 시간도 단축된다. 마운자로와 위고비 모두 이런 한계로 매주 한 번씩 투약해 사용자의 편의성이 떨어진다. 약효가 오래 가도록 고용량을 투약하면 위장 장애 같은 부작용이 나타난다.
연구진은 GLP-1 유사체를 항체인 면역글로불린G(IgG)에 붙여 문제를 해결했다. IgG는 약물의 안정성을 높이고 작용할 곳에만 전달할 수 있어 항암제의 효능을 높이는 데 주로 사용된다. 이를 테면 항체에 약물을 붙이면 적군만 찾아 공격하는 유도 미사일이 되는 셈이다.
연구진은 인간과 생쥐에서 IgG를 추출한 후 섭씨 37도에서 GLP-1 유사체와 반응시켜 결합률 50% 이상을 달성했다. 이렇게 만든 약물을 각각 2형 당뇨병과 대사성 비만을 앓고 있는 생쥐에게 투약한 후 효과 지속 시간을 측정했다.
실험 결과, 약물을 한번 투약하면 15일간 혈당 저하와 체중 감소 효과가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약 기간을 2주 1회로 늘릴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GLP-1 작용제의 투약 용량을 4분의 1로 줄여도 효능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나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펜텔루트 교수는 “항체와의 결합으로 펩타이드 기반 약물의 비용을 줄이고, 효과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여러 약물을 동시에 하나의 항체에 결합하는 방식도 개발해 병용 요법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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