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 /REUTERS

국내 제약사 HLB(028300)과 중국 항서제약의 간암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 허가 승인을 받지 못했다. 상업화를 위해 두 번째 FDA 허가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것이다.

HLB에 따르면 FDA는 20일(현지 시각) HLB의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과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의 병용요법에 대한 간암 1차 치료제 승인 심사 결과에 대해 보완 요청서(CRL)를 보냈다. FDA는 품목허가 승인 결정을 하지 않은 사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진양곤 HLB 회장은 이날 유튜브를 통해 “(작년 5월) 1차 CRL은 캄렐리주맙의 제조·품질관리(CMC) 등 두 가지였으나 이번 CRL은 캄렐리주맙 CMC 지적 사항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CRL에는 미비점이 무엇인지 적시되지 않는다”며 “항서제약은 FDA와 빠르게 접촉해 보완할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파악한 후에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보세라닙은 HLB 그룹 산하 엘레바가 개발해온 표적항암제이고, 캄렐리주맙은 항서제약의 면역 관문 억제제다. 면역 관문 억제제는 암세포가 정상세포로 위장하는 데 필요한 면역 관문과 결합하지 못하고 다시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도록 한다.

두 회사가 FDA 문을 처음 두드린 건 2023년이다. 이들 회사는 글로벌 임상 3상을 토대로 2023년 5월 FDA에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 요법을 간암 1차 치료제로 승인받고자 신약허가신청서(NDA)를 냈다. 이후 FDA는 해당 임상시험을 진행한 병원 중 하나인 하얼빈병원에 대한 임상시험 현장 실사(BIMO) 실사를 진행해, 2023년 11월 ‘보완할 사항 없음(NAI)’ 판정을 내렸다. NAI는 통과를 의미한다. BIMO 실사는 FDA 심사관이 직접 임상 스폰서와 임상병원,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을 방문해 임상시험 데이터의 신뢰성과 규제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평가다.

하지만 지난해 걸림돌을 만났다. FDA는 2024년 5월 17일 제조설비(CMC) 관련 CRL을 보내 추가 BIMO 실사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당시 FDA가 지적한 사항은 항서제약 현장 검사에서 드러난 생산시설 결함이다. 이와 함께 FDA는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진행한 임상시험을 전쟁으로 인한 여행 제한 조치로 실사하지 못한 점도 지적했다. 이에 당시 HLB 주가가 급락하고, 코스피 이전 상장도 연기할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

이후 항서제약은 FDA 지적 사항 보완에 나섰다. 이어 FDA는 2024년 10월 28일부터 11월 15일까지 글로벌 3상 임상 병원에 대한 BIMO 실사를 진행한 뒤 ‘NAI’ 판정을 받았다. 통상 FDA의 BIMO실사는 임상시험을 진행한 2~3개 병원을 상대로 진행한다.

BIMO 실사 후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이 CMC 평가다. CMC는 제품 승인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관문이다. FDA는 환자에게 투여될 때 일관성 있는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품 개발·제조 및 품질 관리의 책임이 개발사에 있다는 관점에서 CMC를 평가한다. HLB는 올해 1월 말 CMC 추가 서류를 제출하고, 최종 결과를 기다려 왔다.

진양곤 회장은 “지난 10개월간 좋은 성과를 만들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해 왔기에 이번만큼은 주주 여러분께 기쁜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으나 다시 한번 실망스러운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마음이 아프다”며 “좌절하지 않고 잘 극복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HLB는 지난해 시카고에서 열린 2024 미국암학회(ASCO)에서 리보세라닙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글로벌 3상 결과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환자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기간)이 23.8개월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조군 약물 소라페닙보다 8.6개월 긴 것으로, 현존하는 간암 1차 치료제 중 가장 긍정적인 수치다.

임상 3상에 연구에 참여한 아메드 오마르 카셉(Amed Omar Kaseb) 미국 텍사스 대학 MD앤더슨 암센터 교수는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을 병용한 글로벌 3상은 간암 치료제 분야에서 가장 긴 환자 생존기간을 입증했다”며 “이뿐 아니라 비절제성 간암 환자들에 대한 표준 치료(Standard of care) 수준을 현저하게 높인 결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