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스테어 어스킨(Alistair Erskine) 에모리헬스케어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에모리헬스케어는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기술 등을 잇달아 도입해 의료진의 업무 효율과 환자 안전을 높이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20일 말했다. /허지윤 기자

“에모리헬스케어(Emory Healthcare)는 인공지능(AI) 카메라를 통해 입원 환자의 낙상 위험을 예측, 관리하고자 한다. 또 AI(인공지능)가 외국인 환자에게 의사 설명을 즉각 번역해주는 서비스 개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알리스테어 어스킨(Alistair Erskine) 에모리헬스케어 최고정보책임자(CIO)는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 2025)·메디컬 코리아 개막식에 앞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올해 메디컬코리아 주제는 ‘AI 기반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이제 일상이 되다’다. 어스킨 CIO는 이날 개막식 첫 기조 연설자로, ‘디지털 헬스케어 경험 제고를 위한 AI의 실제 적용’을 주제로 발표 무대에 올랐다.

에모리헬스케어는 미국 조지아주 최대 의료 시스템으로, 에모리대학병원을 비롯해 7개 종합병원이 있다. 어스킨 CIO는 에모리대 의대 소아과 교수로 대학 최고디지털책임자를 겸하고 있다.

에모리헬스케어는 미국에서 메이요클리닉, 존스홉킨스병원와 함께 디지털 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기관으로 꼽힌다. 에모리헬스케어는 1억달러(약 1460억원)를 투자해 AI 기반 데이터 통합 시스템을 구축했다. 어스킨 CIO는 AI가 환자와 의사의 대화를 듣고 기록해주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의사와 진료팀이 하는 대화를 AI가 인식하고 바로 임상노트로 연결해 글로 작성하는 식”이라고 소개했다. AI를 활용해 의료진의 기록 업무를 줄이려는 것이다.

AI가 의사 진료를 듣고 외국인 입원 환자에게 자동 번역해주는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인 환자가 내원하면 현재는 통역사가 대동하는 식인데, 앞으로 의사가 영어로 설명하면 AI 시스템이 즉각 한국어로 번역해 환자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통역사 없이도 외국인 환자가 의사와 소통할 수 있고, 진료 효율도 높일 수 있게 된다.

입원 환자의 낙상 위험을 예측하는 ‘AI 카메라’ 도입 사업도 추진 중이다. 동작 감지 센서가 달린 AI카메라가 환자 움직임을 토대로 낙상 가능성을 예측해 간호사에게 알려주는 방식이다. 어스킨 CIO는 “병원에서 환자가 낙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보통 45초인데, AI카메라가 낙상을 미리 감지해 낙상 발생 전에 간호사에 주의를 알려 18초 만에 환자를 구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범 도입 사업을 통해 병원 내 낙상률을 기존보다 85%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에모리헬스케어는 패혈증 환자 치료를 개선하는 AI 알고리즘도 개발했다. 패혈증은 혈액이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장기까지 손상되는 질병으로 중증인 경우 사망률이 5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어스킨 CIO는 “환자의 생체 신호를 분석해 특정 환자 그룹을 식별하고, 이들에게는 기존 생리식염수 대신 균형 결정액 사용을 권장한다”며 “의료진의 70% 이상이 이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있다. 이 AI 알고리즘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환자 개인 정보와 진료 기록 등 의료 데이터를 클라우드(원격 가상서버)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것도 에모리가 역점을 둔 사업이다. 의료진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환자 정보를 확인·업데이트할 수 있다. 클라우드에서 데이터를 관리하면, 병원도 편하지만 환자도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 그는 환자 진단 영상 자료를 예로 들었다.

어스킨 CIO는 “환자들이 자신의 영상 진단 자료를 CD로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병원에 가져와야 하는데, 이는 대표적인 의료 레거시(낡은 제도 관행)”라고 지적했다. 진단 영상 데이터를 클라우드에서 보관·관리하면 환자가 CD를 가져올 필요 없이 병원에서 바로 볼 수 있다. 환자도 자신의 영상 진단 데이터를 클라우드의 마이차트에 보관할 수 있다.

어스킨 CIO는 “에모리헬스케어는 연구, 임상시험, 수술 현장 등 전반에 AI를 활용하고자 한다”며 “AI 시스템은 특정 치료제의 임상시험에 적합한 환자도 빠르게 찾고,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 방법과 적합한 수술실도 신속하게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