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젠의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암젠코리아

지난해 전 세계 9조원의 연 매출을 올린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Proliar·성분명 데노수맙)의 특허가 지난달부터 주요국에서 순차적으로 만료되면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산도즈가 가장 먼저 현지 시장 진입을 앞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잇따라 출시할 계획이다. 다만 프롤리아가 대표적인 수익원이었던 미국 암젠이 독점 기간을 늘리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과 특허 분쟁을 벌이고 있어,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암젠과의 협의가 관건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암젠이 개발한 프롤리아의 특허는 미국에서 지난 2월 만료됐고, 한국은 이달 중, 유럽은 오는 11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국내외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은 이미 제품을 개발하고 허가를 받는 등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2010년 출시된 프롤리아는 파골세포(破骨細胞)를 활성시키는 세포막 단백질(RANKL)을 차단해 뼈 파괴를 줄이고, 뼈 질량과 강도를 높인다. 프롤리아는 출시 첫 해 암환자의 골 전이 합병증을 예방 치료하는 효과도 입증돼 엑스지바(Xgeva)란 이름으로 허가를 받았다.

두 제품은 2년 만에 12억2000만달러(한화 1조78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프롤리아·엑스지바의 글로벌 합산 매출액은 65억9900만달러(9조2000억원)에 달했다. 암젠의 모든 제품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이었다.

가장 먼저 미국 시장 진입 소식을 알린 건 스위스 산도즈다. 지난해 3월 회사가 개발한 프롤리아·엑스지바의 바이오시밀러 제품 주본티(Jubbonti)·와이오스트(Wyost)가 가장 먼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프롤리아·엑스지바와 제형·투여방법이 같고, 오리지널 의약품이 보유한 모든 치료 대상 질환에 대해 교체처방이 가능하다. 이르면 오는 5월말부터 미국 시장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잇따라 FDA 승인을 받아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계의 양대산맥인 셀트리온(068270)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앞다퉈 제품 개발에 나선 만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에 이어 골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우선 셀트리온은 지난 2월 프롤리아·엑스지바 바이오시밀러인 스토보클로(Stoboclo)·오센벨트(Osenvelt)에 대해 FDA 승인을 받았다. 스토보클로는 여성의 폐경 후 골다공증, 오센벨트는 골전이 암환자의 골격계 합병증 예방, 골거대세포종 등 산도즈와 마찬가지로 프롤리아·엑스지바가 미국에서 허가받은 모든 치료 대상 질환에 대해 승인받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지난 2월 미국에서 프롤리아·엑스지바 바이오시밀러인 오스포미브(Ospomyv)·엑스브릭(Xbryk)의 품목허가를 받았으며, 유럽에서는 오보덴스(Obodence)·엑스브릭이라는 제품명으로 허가받았다. 역시 프롤리아·엑스지바의 모든 치료 대상 질환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밖에도 미국 오가논과 중국 상하이헨리우스바이오텍 연합과 이스라엘 테바, 독일 프레지니우스 카비 등이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미국과 유럽에서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엑스지바에 대해 모두 승인을 받았지만, 곧바로 시장 진입이 가능한 건 아니다. 암젠의 특허침해 소송 난관이 남아 있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일수록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사가 수익을 독점하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의 시장 출시에 제동을 거는 일이 많다.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출시되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오리지널 의약품 매출은 감소한다. 이 때문에 통상 특허 기간 만료를 앞둔 오리지널 제품 개발사는 특허 침해 소송을 벌여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지연시킨다.

암젠도 특허가 만료되기 2년 전부터 빠르게 움직였다. 2023년 5월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던 산도즈에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이를 시작으로 지난해 5월 셀트리온, 8월엔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연달아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제품이 예정대로 출시돼 현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오리지널 제약사와의 특허 분쟁 위험을 해소하는 게 관건이다. 산도즈는 지난해 4월 분쟁 1년여 만에 암젠과 협의해 오는 5월 31일 출시할 수 있게 됐다. 셀트리온 또한 암젠과 특허 합의를 통해 6월부터 미국 출시가 가능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협의 내용이나 출시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여전히 암젠과 특허 분쟁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암젠이 벨기에 브뤼셀 상업 법원에 제기한 바이오시밀러 제조 금지 소송이 기각되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향후 암젠과의 특허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국내 업계 관계자는 “특허 소송은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에 늘상 있었던 일이라 이번 프롤리아 건도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면서도 “국산 바이오시밀러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각자 특허 회피 전략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