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기업 리제네론이 유전자치료로 유전성 난청 환자들의 청력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리제네론

태어날 때부터 난청 증상을 보인 어린이 환자들이 유전자치료를 받고 청력을 회복했다. 유전성 난청은 대표적인 난치병으로 꼽히지만, 아직 미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난청 유전자치료제는 없다.

미국 리제네론은 24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이비인후과학회 동계회의에서 난청 유전자치료제 ‘DB-OTO’의 소규모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시험 참가자 12명 중 10명에서 청력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DB-OTO는 OTOF 유전자 이상을 치료한다. OTOF는 뇌에 청각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인 오토페린(otoferlin)을 만든다. 오토페린이 제대로 발현되지 못하면 청력이 저하되는 ‘청각신경병증’이 나타난다. DB-OTO는 오토페린 단백질을 발현하는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다. 이 유전자가 환자 세포에서 오토페린을 만들어 청력을 회복한다.

이번에 영유아 청각신경병증 환자 12명 중 9명은 한쪽 달팽이관에 유전저치료제를 투여받았으며, 3명은 양쪽 달팽이관 모두에 치료를 받았다. 임상시험 결과, 환자 10명에서 청력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3명은 청력이 ‘거의 정상’과 ‘정상’ 수준의 진단을 받았다. 환자들은 청력이 회복되면서 언어 능력도 함께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 중 5명은 일시적인 메스꺼움, 현기증, 구토감을 느꼈으나, 치료 후 6일 이내로 증상은 사라졌다. 이 중 2명은 심각한 증상을 겪기도 했으나, 리제네론은 유전자 치료와는 관계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미 미 식품의약국(FDA)은 DB-OTO를 희귀의약품, 첨단재생의료치료제로 지정했으며, 유럽의약품청(EMA)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리제네론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다른 이유로 청력 이상을 겪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한 치료법도 개발할 예정”이라며 “연령과 관계 없는 소음성 난청도 유전자치료가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글로벌 제약사들도 난청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일라이 릴리는 지난해 초 난청 유전자치료제 후보물질 ‘AK-OTOF’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고 밝혔다. 일본 제약사 아스텔라스도 프리퀀시 테라퓨틱스의 난청 치료제 후보물질 ‘FX-322′를 인수해 임상시험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