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가 인슐린을 투약하는 모습. 미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세 번째 인슐린 바이오시밀러를 허가하면서 인슐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블룸버그

미 식품의약국(FDA)이 세 번째로 인슐린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승인했다. 제약업계는 바이오시밀러가 늘면 수익성 악화로 야기된 인슐린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인슐린 시장의 침체도 극복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FDA는 지난 14일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의 인슐린 바이오시밀러인 멀리로그(Merilog)에 품목허가를 승인했다. 멀리로그는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인슐린 제품인 노보로그(Novolog)를 복제한 첫 제품이다.

인슐린은 췌장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으로 우리 몸의 혈당을 일정하게 조절한다.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거나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면 혈당 수치가 과도하게 높아지는 당뇨병으로 이어진다.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을 주사해 혈당을 인위적으로 조절해야 한다.

제약·바이오 업계와 규제 당국은 이번 멀리로그 승인으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당뇨병 치료제 열풍으로 인한 인슐린 시장의 침체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Wegovy)와 미국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Mounjaro) 같은 GLP-1 계열 당뇨병 치료제는 비만 치료 효과가 알려지면서 품귀 현상까지 빚었다. 두 회사는 전 세계 인슐린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했지만, 최근 비만약 열풍에 인슐린 생산을 줄이고 GLP-1 생산에 집중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인슐린 생산을 줄이거나 중단한 것은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미국 의회가 제약사들에 인슐린의 가격 인하를 요구하면서 2023년 이후로 가격이 70% 이상 하락했다. 제약사들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큰 GLP-1 생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인슐린 제품인 ‘레베미르(Levemir)’의 생산을 2024년 말 이후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일라이 릴리도 인슐린 제품인 ‘휴마로그(Humalog)’의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휴마로그는 지난해 3월 생산량이 급감하며 재고 소진으로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

인슐린 품귀 현상은 최근 국내에서도 일어났다. 2023년 당뇨병 환자들이 약국에서 인슐린을 구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도 일부 약국에서는 인슐린을 제때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도 인슐린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이 더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도 FDA가 기존에 승인한 인슐린 바이오시밀러 2종이 들어왔지만 대체 처방이 어렵다. 당뇨병 환자가 기존에 투약하던 인슐린이 아닌 다른 제품을 맞는다면 혈당 강하 효과를 다시 측정해 투약량을 조절하는 등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