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건설이 시공했던 ‘파밀리에 피아체’는 경남 진주시 KTX 진주역 북쪽 도시개발사업으로 2022년 9월 분양 당시 진주시 역대 최고 분양가인 7억7900만원을 내걸었다. 고급 타운하우스라고 홍보했지만 2023년 말까지 총 104가구 중 절반인 52가구만 분양되며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했다. 신동아건설은 이 사업장을 비롯해 경기 의정부시 주상복합 등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며 공사 미수금이 급증했다. 2020년 719억원이던 미수금은 2023년 2146억원으로 3년 동안 3배 가까이 늘었다. 결국 미수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던 신동아건설은 올해 1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지방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대규모 미분양이 주요 건설사들의 미수금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주요 건설사들의 미수금이 전년보다 2조원 늘어나 34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수금은 건설사들이 공사했지만, 공사대금을 돌려받지 못한 규모를 말한다. 지방 사업장을 중심으로 분양이 되지 않으면서 건설사들이 시행사에 돈을 받지 못한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돈이 돌지 않으면서 건설사들의 차입금의존도도 높아졌다.
24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용등급(AA, A, BBB)이 있는 15개 건설사의 미수금은 33조7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31조7000억원)보다 2조원이 늘어난 수치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공사비가 급등하기 전인 2020년 미수금(16조5000억원)과 견주면 2배 넘게 늘었다.
건설사 미수금을 신용등급별로 보면 현대건설(000720), DL이앤씨(375500) 등 AA 등급 우량 건설사의 미수금은 전년 10조2000억원에서 11조원으로 800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신용등급 A등급의 대우건설(047040), GS건설(006360),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등 7개사의 미수금은 전년 18조3000억원에서 19조7000억원으로 1조4000억원이 늘었다. 다만, BBB등급의 계룡건설산업, 한신공영, 동부건설(005960) 등 6개사는 미수금이 같은 기간 3조2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2000억원 줄었다.
박찬보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분양이 잘 돼야 시행사가 돈을 수금하고 건설사에 줄 수 있는데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늘면서 돈이 안 도는 현상이 심각해진 것”이라면서 “건설사가 공사는 진행했지만 공사대금 수취는 계속 지연되는 구조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2022년 하반기부터 분양률이 상당히 안 좋은 모습이고 특히 지방 1~2곳의 PF 사업장만 분양이 안 되면 미수금이 수백억원씩 쌓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민간아파트의 초기 분양률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수도권은 평균 70%이지만 지방은 48.4%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광역시 평균은 41.9%에 그쳐 60% 가까이가 미분양 상태다.
미분양과 미수금 급증에 따른 ‘돈맥경화’는 건설사의 차입금 증가로 이어졌다. 기업의 총자산에 대한 총차입금의 비율인 차입금의존도는 모든 신용등급별 건설사에서 상승했다. AA등급 건설사는 2023년 10.4%에서 지난해 11.8%로 1.4%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A등급 건설사는 25.6%에서 27.3%로 1.7%p 올랐고, BBB 등급 건설사도 34.8%에서 34.9%로 0.1%p 높아졌다. 한국기업평가는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분양선수금 유입 감소, 공사대금 회수 지연, 대여금 지출 확대 등에 따른 자금 소요를 외부자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건설 경기가 장기적으로 위축돼 자금 사정은 악화했지만, 기본적인 경영과 회사 운영, 신사업 등으로 지급해야 할 비용은 계속 들어간다. 결국 차입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말부터 재무제표에 이런 현상이 크게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