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강남에 비하면 용산은 얼마 오르지도 않았어요. 마포, 성동도 많이 올랐는데 왜 용산만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지정됐는지 모르겠습니다.”(서울 용산구 이촌동 주민 A씨)

지난 19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전경. /박지윤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에 토허제를 확대 지정하기로 한 지난 19일 용산구 이촌동 아파트를 보유한 A씨는 이 같이 말하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A씨는 “다른 곳들은 그동안 너무 많이 올라서 토허제로 규제를 강화하는 게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반포는 잠실‧삼성‧대치‧청담을 토허제로 묶으면서 풍선효과로 신고가가 속출하는 등 수혜를 충분히 봤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용산은 이제 막 전고점을 회복한 정도에 그치는데 똑같이 토허제 규제를 받는 것은 용산 집주인들 입장에선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단지 안에서 만난 주민 B씨는 “용산 안에서 기존 아파트를 팔고 다른 아파트를 사려고 하는 사람들은 토허제 때문에 보유한 아파트가 안 팔릴까봐 걱정하는 분위기”라면서도 “현재 실거주하고 있는 용산 아파트 주인들은 토허제 지정이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지난 19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 대우 푸르지오 아파트 전경. /박지윤기자

용산 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날 용산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는 아파트 보유자들의 통화 문의가 꾸준히 이어졌다.

용산구 이촌동 소재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대표 C씨는 “용산 토허제 지정 소식이 알려진 오전부터 집주인들 전화가 쏟아졌다”며 “지난해부터 올해 1~2월까지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올라가면서 매도 시점을 뒤로 늦추려고 했던 집주인들이 빨리 파는 게 좋을지 묻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촌동에서 다른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D씨도 “용산에서는 토허제 규제를 처음 받다보니 어떤 게 달라지는 건지 궁금해하는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며 “단기간에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는데 6개월의 토허제 기간 동안에는 호가가 내려가고 가격 상승이 제한적이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날 용산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 사이에선 토허제 시행 하루 전 날인 3월 23일까지 계약하는 조건으로 전세를 낀 아파트 매매 물건이 급매로 돌기도 했다.

지난 19일 오후 5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 미도아파트 전경. /박지윤기자

용산과 같이 토허제 적용 대상지역이 된 서초구 반포동 일대 부동산 시장도 동요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반포동에서 ‘갭투자’가 많이 이뤄진 단지로 주목받던 신반포4차, 반포미도 아파트 주인들을 중심으로 앞으로 전세를 낀 아파트 매매가 언제부터 막히는지 묻는 전화가 많았다는 게 반포동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얘기다.

반포동에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E씨는 “언젠가 반포도 토허제로 묶일 거라고 예상했었는데 이번에 규제에 들어갔다”며 “당분간은 거래가 줄고 가격도 일부 조정을 겪겠지만, 토허제가 해제되면 다시 상승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