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지정하면서 해당 지역의 거래는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주택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가운데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도 있어 이번 정책의 효과가 해당 지역의 집값 하락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마포·강동구 등으로 투자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토허제 추가 적용’이라는 카드를 준비한 만큼 풍선효과에 따른 집값 상승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 약 2200여곳을 토허제로 지정했다. 지정 기간은 오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토허제가 해제된 잠·삼·대·청(송파구 잠실·강남구 삼성·대치·청담) 지역이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됐다. 또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진 서초구와 용산구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적용됐다.
◇강남 3구·용산구,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 ‘주춤’…집값 하락은 어려울 듯
이번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으로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이던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집값 상승세가 멈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명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려는 수요가 몰렸던 이 지역의 투자 심리가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렇지만 토허제가 6개월 한시로 지정되면서 장기적으로는 강남 등의 주택 가격이 하락세로 반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실거주가 불가능한 외지인 아파트 매입 수요가 많이 줄어들어 실거주 시장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심리 둔화로 강남권과 용산구 아파트 거래량이 줄어들고 가격 상승세도 주춤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수석전문위원은 “전세가 비율이 높아 갭투자가 비교적 용이했던 일반 아파트가 재건축보다 더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똘똘한 한 채 갖기 현상이 심화되면서 주택시장 흐름을 이끌었던 강남권 등 상급지 갈아타기 트렌드에 제동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강남권과 용산구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규제되면서 전세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갭투자 수요나 포모(fear of missing out) 수요가 당분간 줄고 거래 시장도 주춤할 전망”이라면서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9월 30일까지로 한시적인 데다, 서울 분양시장의 낮은 공급 진도율, 2026년 서울 준공물량 감소, 봄 이사 철 전·월세(임대차) 가격 상승 등이 이어진다면 강남권 등의 매매가를 하향 조정 수준까지 끌어내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잠재돼 있던 매수 심리를 자극해 거래 활성화의 트리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시장 불안의 주범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최근 강남3구와 용산구의 과열은 허가구역 해제 때문이 아니라 공급 부족 속에서 수요가 특정 지역으로 쏠리면서 발생한 희소성 효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토허제) 재지정을 통해 평균 거래량과 가격이 조정될 가능성은 있지만, 구축 아파트나 나홀로 단지처럼 실질적인 영향이 적은 곳까지 규제가 확대되면서 불필요한 재산권 침해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6개월 이후 토허제 해제 여부가 가장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이번 토허제 해제 후 집값 상승의 학습효과가 재현될 수 있다고 했다.
◇마포·강동·성동구 수요 옮겨가나…‘풍선효과’ 우려
전문가들은 토허제로 묶이지 않은 마포·강동·성동구 등에서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진 지역에 대해 정부가 추가 토허제 지정 등을 예고한 만큼 주택가격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일부 갭투자 수요자들은 규제 불확실성과 확산 가능성을 우려해 마포구, 강동구, 성동구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며,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거래가 막히면서 핵심 지역의 임대차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되고, 이에 따른 임대차 비용 상승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함 랩장은 “서울 주택 구매 수요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한강 변 등으로 분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영등포(여의도)·마포·광진·강동·동작·서대문구 일대 등으로 갭투자 주택 구매가 우회하는 풍선효과의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함 랩장은 “다만 이들 지역도 집값 불안 양상에 따라 토지거래허가구역 또는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묶일 수 있어 풍선효과의 장기화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정부가 한 달 만에 규제 강화책을 꺼낸 데 대해 대체로 “시장의 혼선이 있을 수 있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정부와 서울시의 설명과는 달리 오락가락 정책으로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다.
함 랩장은 “이들 지역에서 매매계약을 진행하고 있던 매도·매수자라면 3월 23일까지 거래계약서 작성을 마쳐야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거래 규제를 받지 않아 이와 관련해 거래취소나 거래 시점을 앞당기는 등 시장 혼선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또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이 바람직하진 않다”며 “정책은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것이 좋은 정책이다. 이번처럼 단기간에 번복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